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고향 대구를 떠나 살지 않았다.
16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전학 한번 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지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에 가면서 대구를 떠나 살게 되었고, 그 후로 대구는 간혹 들리게 되는 낯선 거리로 서서히 바뀌어가게 되었다.
안동으로, 경주를 거쳐 포항에 정착하게 된 것도 벌써 삼십년이 다 되어간다.
중간에 몇 해 정도 대구생활을 했으나, 정착된 생활이 아니고 임시로 거처했을 뿐이었으니 대학 졸업 후부터는 고향을 떠난 셈이다.
큰 아이는 경주에서, 막둥이는 포항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
둘 다 모두 학교를 포항에서 다니고, 고향을 물으면 포항이라고 할 것이다.
나 또한 어쩌면 이곳에서 뼈를 묻을지 모른다.
그렇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포항사람이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래 놓고서는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럼 넌 어디 사람이냐?’
대구사람인가?
그렇게 대답할 자신도 없다.
대구를 떠나온 지가 얼마나 되는데, 또 앞으로 대구로 돌아갈 생각도 없으면서 대구사람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선비의 고장이라고 자랑하는 안동, 영주, 봉화지역 친구들이 생각난다.
자기 고장에 대한 자부심들이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부럽다.
자기 고향에 대한 자부심과 애향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들은 웬만한 자기 고장의 역사를 외지인들에게 술술 설명해 줄 수 있는 문화해설사 정도의 자기 고장의 문화에 대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대구사람도 아니고, 그렇다고 포항사람도 아닌 어중간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포항 모 대학교의 어떤 교수는 ‘사랑하는 내 아이들이 고향이라고 생각할 포항을 나도 같이 사랑해야겠다.’고 역설하는 것을 들은 적 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난 겨울방학 중에는 포항문화원에서 주관하는 포항문화연수를 신청해 듣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도 포항은 객지라는 느낌이 꽁꽁 숨어있다.
이제쯤은 그런 마음을 버릴 때도 됨직한데 생각과 마음은 아직도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같은 경상도에서 살면서도 이럴진대
먼 타국으로 입양되어 모국어도 잃어버리고 살아왔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얼마나 마음 깊게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게 될까?
요즘 자기 고향에 머물러서 살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장을 따라, 혹은 사업상 자기의 연고를 바꾸어 살고 있는 이런 글로벌한 세상에 살면서 내가 너무 구식 쾌쾌한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