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억지로 샴프

회형 2009. 10. 21. 16:01

머리를 감을 때 보통 샴프를 사용하지만, 내 경우에는 세숫비누를 사용한다.

아무래도 합성세제 보다는 천연세제가 자연환경보전에 나으리라는 생각과 비누를 사용하는데 대한 불편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세수를 할 때도 비누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햇수가 벌써 20년도 넘은 것 같다.

당시에 연세 드신 노 선배님으로부터 비누 없는 세수를 권해 들었다.

젊었을 때 럭비 운동을 하신 스포츠맨답게 건강도 좋으셨지만 젊은 사람 못지않은 얼굴을 가지고 계셨다.

처음 비누 없이 세수를 했을 때는 영 기분이 찜찜했었다.

미끈, 끈적거리는 듯한 느낌 때문에 세수를 하지 않은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계속 비누 없는 세수를 하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완전히 적응되어 버렸다.

대신 여름이라도 미지근한 물로 얼굴을 수십 번 문지르는 과정에서 비누 사용보다 더 상쾌한 세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숫대야의 물이 혼탁한 정도를 넘어 뻑뻑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얼굴의 먼지와 때가 씻겨 나오는 것이다.

그 덕분인지 내 얼굴도 나이보다 동안(童顔)으로 주위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머리는 그렇게 적응되지 못하고, 계속 세숫비누를 사용해 왔었다.

우리 집에서 세숫비누를 제일 많이 소비하는 부분이 바로 내 머리감는 것이다.

다른 식구들이 사용하는 비누는 좀 다르다.

아내와 한창 멋을 부리려는 막둥이는 조금 고급비누를 사용하고

내 경우는 값싼 비누를 사용하는데, 그것도 머리 한번 감고 나면 비누가 푹 들어가 버린다.

화장실에 준비되는 용품을 보면 치약, 샴프 종류는 많은데 비누는 별로 없다.

지난 추석에 동생과 조카가 가지고 온 종합선물세트에도 다른 것은 많이 들어가 있는데, 세숫비누는 숫자가 작다.

이젠 균형 있게 소비하기 위해서 머리를 샴프로 감아야 겠다.

이건 소비를 위한 공급이 아니라 공급에 맞춘 소비다.

남자들은 이렇게 대충 살아야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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