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재미있는 꿈을 꾼다.
어제 밤에도 기억이 생생한 신나는 꿈을 꾸었다.
내가 꾸는 거의 대부분의 꿈은 어디론가 길을 떠나는 꿈.
큰 건물 속에서 길이 없어져 이리저리 길을 찾아 헤매는 종류의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간혹 새로 결혼하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지금의 아내가 꿈속에서도 있는데, 얼굴도 보여 지지 않고, 뒷모습만으로 약간은 젊은 듯, 몸피가 아담한 여자가 내게로 시집을 온단다.
아내인가, 어머니인가 나이 들어 보이는 사람에게 형님이라는 호칭을 써가면서 내 양복주머니 안에 든 것을 모두 꺼내는 젊은 여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은 없다.
이런 꿈을 신나다 고 표현한다면 아내의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아내에게는 비밀로 해야겠다.
꿈속에서라도 아내가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신나한다면 나 또한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을 것 아닌가.
화장실을 찾아가다가 큰 산돼지 정말 집 채 만한 산돼지가 엎드려 눈만 껌벅거리는 장면도 있었고, 진흙탕을 걷다가 세숫대야에 발을 넣어 씻는데 풀뿌리 엉긴 것 같은 흙덩어리가 대야 한가득히 씻겨 담겨진 장면도 있었다.
외계인인지 나치군인지 모를 나쁜 군인들이 사람들에게 무자비하게 총으로 쏴대는 장면에서 겁이 나서 풀숲에 숨어드는 모습.
흑인 어린이를 내 아이인양 군인들로부터 피하게 하는 일 등.
아무른 의미도 없을 것 같은 장면들이 파편처럼 기억에 떠오른다.
이런 것들이 모두 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나 스스로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상담심리를 전공한 몇 사람을 알고 있다.
그 분들은 자기 신상이나 가족들의 이야기. 심지어는 꿈속에서 질펀하게 다른 상대와 교접을 벌리는 이야기까지 잘도 털어놓는다.
아마도 정신위생학적으로는 많은 도움이 되는 모양이다.
내면의 세계에 잠재되어 있지 않고 외부로 노출시켜 카타르시스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인가?
꿈도 바로 이런 효과가 있다하지 않았는가.
이상한 꿈꾼다고 신나할 필요도 없고, 좋지 않은 꿈꾸었다고 걱정할 일도 아닌 것 같다.
오늘 열심히 살아가고, 주위사람들에게 걱정 끼치지 않게 살아가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