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강아지

회형 2009. 10. 26. 11:55

강아지 6마리가 태어난 지 한 달반 가까이 지났다.

눈도 뜨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나 보름 정도에서 눈을 뜨고, 비틀거리면서 걸음을 시작하였고, 한 달여 만에는 제법 따로 밥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젠 마구자비 마당을 휘젓고 뛰어다니며 온통 마당을 강아지 똥 밭으로 만들어 놓고 있다.

자칫 한 눈을 팔면 여지없이 똥을 밟게 되어 신발을 더럽히기 일쑤고, 화단에 들어가 멋대로 꽃들을 밟고 다녀 약하고 귀한 꽃들을 죽게 만들기 일보직전이었다.

하는 수 없이 철망 울타리를 구해다 강아지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제한해 줄 수밖에 없다.

이만하면 뛰어넘지 못하리라고 생각하고 만들어 둔 철망이었지만 몇 놈의 강아지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화단의 바위를 타고 넘어오는 놈, 연산홍 빽빽한 틈 사이를 넘나드는 놈.

유독 탈출을 잘하는 콧잔등이 흰 놈의 별명을 ‘빠삐용’으로 붙였다.

조금만 건드리면 깽깽대는 ‘깽깽이’

어미 아비는 모두 누렁이 인데 유독 한 놈만 흰색으로 태어난 ‘흰둥이’

덩치가 강아지 중에 제일 크면서 성질 느긋한 ‘엄전이’

별로 눈에 뜨이지 않고 특색을 드러내지 않는 ‘무명이’

우리 집 막둥이와 같이 강아지들에게 자연스레 붙여준 별명들이다.

한배에 같은 어미 아비로 태어나도 저렇게 각기 다른 놈이 태어나는 게 신기하다.

벌써 3마리는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나고, 이제 남은 3마리가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한 마리는 집에서 계속 기르고, 두 마리는 다른 곳으로 보내야하는 형편인데

이 놈들 노는 것을 보면 보내고 싶은 마음이 줄어진다.

온통 마당을 어질러놓는 것도 있지만, 바지가랑이를 물고 늘어지는 놈, 발가락을 깨무는 놈, 좋다고 들썩거리며 뛰어오르는 놈을 보면 귀엽기 한이 없다.

세 마리를 모두 남겨두고 기를 형편은 되지 않고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하는데 아쉬운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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