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이젠 사마귀까지.

회형 2011. 10. 1. 10:51

목화잎에 붙어있던 방아개비 외에도 이젠 사마귀까지 날아와 붙어있다.

지난봄에 탈피한 사마귀 껍질이 감나무 잎에 붙어있던 것을 봤는데, 그 놈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제법 덩치 좋은 놈이 눈알을 번들거리며 폼을 잡고 있다.

덩치 큰 방아개비 암놈은 다른 잎에 붙어있는데, 덩치가 작은 수놈은 보이질 않는다.

사마귀에게 잡아 먹힌걸까?

  

가능하면 농약을 치지 않고 가꾼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집에는 이런 놈들 외에도 살아 숨쉬는 놈들이 버글거린다.

대표적인 것이 지렁이다.

한 덩치를 자랑하는 진돗개 떡순이가 내 놓은 배설물도 무시 못 할 양이고, 음식물 쓰레기도 웬만하면 뒷밭에 묻어두고 잘 썩도록 도와주는 효소제를 뿌려준다.

별로 냄새도 나지 않고 좋은 거름이 되어준다.

이곳의 땅을 조금만 걷어내면 붉은 지렁이들이 득실거린다.

낚시미끼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는 셈이다.

반면에 파리, 모기, 민달팽이 등 사람을 귀찮게 하는 놈들도 많다. 그래서 우리 집에는 거의 11월까지는 모기장을 치고 자야 한다.

괜찮으리라 생각하고 그냥 잤다가는 꼭 중간에 일어나야 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에어졸 모기약 냄새를 극도로 싫어하는 아내 덕분에 모기장은 겨울이 오기 전까지는 필수품이 되어있다.

아파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주말농장이나 전원주택 하면서 땅을 그리워 하지만, 단독주택에 텃밭을 가지고 사는 나로서는 주택을 관리해야하는 번거러움은 있지만 바로 집 안에서 땅을 딛고 생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고맙게 생각한다.

퇴근하여 집에 들어가면 바로 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종일 묶여있던 떡순이를 풀어주어 마당을 뛰어놀게 해 준다.

이 떡순이의 반김은 또 하나 퇴근의 즐거움이다.


사용하지 않는 FRP 물탱크에 빗물을 모아 담아둔 것으로 화분과 화단에 물을 뿌려준다.

금년같이 비가 자주 온 해에는 거의 수돗물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호주는 한번 사용한 물이라야 잔디밭이나 화단에 뿌려줄 수 있지, 그냥 수돗물을 잔디밭에 뿌리면 법적으로 제재를 받게 된다는 호주의 블러그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에 자극받아 빗물을 활용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몇 해 동안 계속 박을 심고 줄기를 옥상에 올려 풍성하게 수확했었는데, 금년에는 한해 묵혀두자 하여 텃밭을 쉬게 하였다.

내년에는 다시 박을 심기 위해 땅을 거름 지우게 하고 있다.

내년이 다시 기대된다.

이웃에게도 다시 박 선물을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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