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이 방아개비가 맞으렷다.
도심 한 복판 마당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미심쩍기도 하다만,
언제부터 이 놈이 이곳에서 이렇게 활개를 치고 살았을까?
어디서 왔을까?
큰 놈이 날아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할 것이고, 아마 어디에선가 알이 묻어왔던 것 같다.
올해 처음으로 얻어온 목화가 싹을 내고 잘 자란다 싶었는데 자꾸만 잎사귀가 파 먹혀지고 해서 그 까닭을 몰랐는데 바로 이 놈이 그 주범이었다.
잎사귀 갉아먹는 소리가 귀를 가까이 하고 들으면 제법 ‘사각사각’ 소리를 낼 정도로 식욕도 왕성한 것 같다.
우리 집에 온 손님이라고 없애버리지는 못하고 다른 종류의 잎사귀에 옮겨놓아도 다음날이면 다름없이 다시 목화잎으로 다시 자리를 잡고 있다.
이 놈 입에는 목화잎이 제일 맛이 있는가 보다.
그나저나 목화잎 꼴이 영 말이 아니다.
온통 누더기가 되어버렸고.
그 놈 애벌레인지 잎사귀를 돌돌 말아 집을 만들어 둔 놈들도 상당수 있다.
이 애벌레를 다 잡아버리면 내년에 이 손님을 맞을 수 없을 것 같고,
그냥 두자니 목화가 제대로 결실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가을인 것을 아는가? 이 놈들이 제법 짝짓기에 열성이다.
어미가 새끼를 업고 있는가 할 정도로 덩치가 작은 수컷이 암컷의 등에 붙어 수정관을 암컷의 배 쪽에 결합시키고 있다.
일부러 돋보기까지 끼고 와서 자세히 관찰하다가 싱겁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이 놈들 큰 일 치르는 것을 돋보기안경까지 동원해서 자세히 봐야하는가?
나도 약간의 관음증이 있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