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카다피와 송이버섯

회형 2011. 10. 21. 13:23

TV 아침뉴스와 조간신문의 Top은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시민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30여 년 전 일주일간의 예비군 동원훈련에 참가하면서 읽기 위해 준비해 갔던 책 중에 리비아의 카다피가 핵폭탄을 미국 뉴욕에 터트리려는 줄거리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다.

사막의 여우, 철권통치, 등으로 표현되며 40년을 넘도록 리비아를 통치하던 강력한 카다피가 자기 고향 시르테의 하수구 구덩이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단다.

마지막엔 총을 쏘지 말라고 시민군들에게 애원했다는 구차스런 이야기까지 소개되었다.

그래도 약한 한 인간이기에 마지막을 그렇게 간 모양이다.


어제는 금년에 그 귀하다는 송이(松栮)로 점심식사를 했다.

생 송이를 찢어서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먹고, 찌게로 끓여서도 먹고 나니 온 몸에서 송이향이 나는 기분이었다.

어떤 협의회를 끝내고 주최 측에서 대접한 점심이었다.

귀한 송이였고, 양도 푸짐하여 제법 포식하는 정도로, 또 백세주로 반주 한잔씩 걸쳐 좋은 식사를 대접받았다.


오늘 아침 화장실 볼 일은 유난히 시원했다.

요즘 의도적으로 식물성 음식을 많이 섭취한 덕분인지 양도 많고 색깔도 좋은 것이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귀하다는 송이 덕분은 아니겠지.

아무리 귀하고 맛있고, 값비싼 음식이라도 우리 몸속에 들어가 제 할일 다하고 나면 이렇게 색깔도, 모양도 냄새도 달라지면서 남들에게 보이기 어려운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이렇게 물질의 순환이 일어나는 것처럼 인간사 세상도 이렇게 순환되어지는 것이지.

영원한 권력이 어디 있겠는가?

황금으로 장식한 거실에서 온 가족들과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던 카다피가 이런 종말을 예상이나 했을까?

용병(傭兵)을 동원하여 자기 국민을 향하여 총질을 하도록 시켰던, 절대 권력자처럼 생각했던 그가 이런 결과가 나타날 것을 정녕 몰랐을까?

이런 결과를 조금만이라도 예상했었다면 그렇게 독재 권력을 휘두르지 않았겠지.

국민의 뜻을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겠지.

참 어리석고도 불쌍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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