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
“0000번차 차주 되시죠?”
보통 차주를 찾는 전화는 주차가 잘 못되어 다른 차가 빠져나갈 수 없을 때 하게 되는 전화이기에 내가 차를 제대로 주차해 두었나? 머릿속으로 재빨리 퇴근 후 주차해 둔 것을 생각한다.
항상 주차하던 대로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생각하고는
“예. 맞는데요.”
“그 차 조수석 유리창이 활짝 열려있는데요.”
“아니. 그래요!”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과 뭐가 잘 못되었지? 하는 생각에 갑자기 머리 회로가 바쁘게 돌아간다. 일단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서둘러 열쇠를 찾아 슬리퍼 신은채로 대문을 열고 나섰다. 누군가 있으려니 했는데,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전해준 이야기대로 조수석 창문이 활짝 열려있다.
네비게이션, 콘솔박스 안에 넣어 둔 카메라, 기타 자질구레한 것들이 제자리에 그대로 있음에 안도의 숨을 쉬고, 내가 왜 이렇게 유리창을 활짝 열어두었을까? 기억이 안 나네.
아! 그렇지. 퇴근해서 골목길로 들어오다가 입구 쪽의 이웃사람을 만나 인사 나눈다고 유리창을 열어 두고는 잊어버리고 그대로 내렸던 것이다.
요즘 정신머리가 이렇다.
며칠 전에는 양쪽 유리를 조금씩 내려 주행하던 대로 밤을 새게 하였더니 차 안에 모기가 득실...
날씨가 좀 식어지니 그래도 좀 온기가 남아있는 차 안으로 동네 모기가 모두 모여들었던 것이다.
오늘도 이렇게 건망증을 드러내게 되었다.
골목길 왼쪽 편으로 모두 차를 세우니 열려있는 조수석 유리창은 사람 다니는 길 쪽이다.
그것도 시간적으로 3시간 이상을 그렇게 해 두었는데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사람 많이 사는 복잡한 동네에서는 잠긴 유리문도 부수고 물건들을 훔쳐가는데, 우리 동네는 유리창이 열려져 있는 차에도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것이다.
좋은 동네라는 것을 소문내고 싶어진다.
아침에 전화를 해준 분께 감사하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니 당연한 것 아니냐면서 답을 보내왔다.
그래. 어찌 보면 그게 정말 당연한 일인데도 아주 돋보이는 일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오늘날 우리 사회가 너무 개인주의로 각박해져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