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퇴근시간이 30여분 지난 후에 후후(後後 & Smile)교실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볼 참 학교시설의 미비점도 파악할 겸 학교 교사(校舍)전체를 한번 둘러보았다.
복도를 지나는 중 어느 한 교실에 불이 켜져 있어 아이들이 나가면서 불을 끄지 않고 나갔나보다 하고 들어갔더니 담임선생님과 함께 아이들 대여섯 명이 남아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아침자율학습시간에 늦은 학생들과 함께 책을 읽고 있다는 담임선생님의 대답에 갑자기 마음속에 등불이 환히 켜지는 느낌이 들면서 아직도 이런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에 든든함을 느꼈다.
앉아있는 학생들의 표정에도 벌 받고 있다는 느낌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애들아 너희들은 정말 너무 좋은 선생님을 가졌구나. 참 좋겠다.” 아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한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선생님이 절대적이다. 요즘처럼 공교육이 붕괴되느니 어쩌느니 해도 이렇게 아이들에게 정성과 사랑을 쏟을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 한 그것은 아니다.
교실을 나오면서 너무 가슴이 벅차올라 더 이상 다른 생각을 이어할 수 없었다.
예쁜 선생님 얼굴이 더 예뻐 보인다.
도서관에도 불이 켜져 있다.
도서담당 선생님이 도서정리 등 자주 늦게까지 일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격려해 주기위해서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담당선생님은 보이지 않고 다른 몇 선생님들이 앉아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정보를 교환하고 있단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계발을 위해서 스스로 노력하고 있었다.
열심히 하라고 북돋아주고 돌아서 나온다.
진학지도실에는 입시원서 작성으로 정신들이 없다.
3학년 담임이 되어 가장 중요한 것이 이때쯤의 추수작업이다.
중학교 3년 과정을 잘 지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수준, 적성 등에 맞게 진로지도를 해 주는 것도 못지않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성적에 따라 특목고, 전기고(예전의 실업계 등), 후기 평준화인문계고 등으로 나누는 게 대세이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이것도 아마 길지 않은 시간 뒤에는 또 다른 변화가 있으리라는 예상이 든다.
차 한잔 하고 가시라는 여선생님의 이야기에 격려의 대답으로 대신하고 돌아서 나온다.
후후교실에는 대학생 선생님이 열강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한번 학교를 둘러보고 보이지 않게 열심히 노력하시는 선생님들을 찾아 격려해 주는 것이 교장의 본분이리라.
이런 면에서는 내가 오히려 제 할일을 등한시한 게으름뱅이 교장이 아닐까 되새겨본다.
참 기분 좋은 하루였다.
퇴근하는 발걸음이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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