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제자들과의 만남이 첫사랑 기다려지듯이 마음 설레며 기다린 날이었다.
대학동기들의 모임이 대전으로 약속되어 있었지만, 내 첫사랑과의 만남을 헤아려준 친구들을 위하여 기꺼이 기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포항에서 대구로 둘러 대구 친구 3명을 태우고 안동으로 향한다.
북쪽에서 오는 친구 둘은 안동에서 바로 만나기로 하였다.
12시 안동에서의 만남.
가볍게 점심식사를 하고 하회마을을 구경한다.
포항 쪽은 오호츠크해 기단의 영향으로 선선한 날씨였고, 또 제자들과의 만남을 생각하여 긴 팔의 양복을 입고 있었던 덕분에 안동의 이른 여름 더위를 더 실감하게 된다.
더위에 더하여, 하회마을은 그 전에도 여러 번 둘러본 곳이라 마음은 집중되지 않고 그 날 저녁 제자들과의 만남에 마음이 가 있어 하회마을의 그 좋은 풍광도 눈에 쉬 들어오지 않는다.
먼 길이라 자주 올 수도 없고 온 김에 병산서원도 들러보기로 했으나 모두들 피곤함을 앞세우며 빨리 호텔로 돌아가기를 재촉한다.
내심 나도 바라던 바였다. 혹 제자들과의 만남의 시간에 지체될까봐 마음으로 염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안동역 부근의 파크관광호텔의 널찍한 온돌방 2개를 예약해 둔 덕분에 프론트 데스크의 ‘만실’이라는 패찰에도 염려를 않게 되었다.
총무를 맡고 있는 제자로부터 몇 차례 통화를 한 후 안동역 부근에서 만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어떻게 알았을까. 우리들이 들어있는 식당으로 제자들이 바로 찾아왔다.
35년 만에 만나는 제자들이었지만 그래도 바로 알아본다.
온라인의 보편화 덕분이다.
국산 최고급의 신형차가 대기해 있다.
동기회 회장 차인 모양이다.
사람들의 모임에는 이렇게 앞장 서는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뒷받침되어야 활성화되기 마련이다.
준비된 식당 앞에 도착하니 그동안 연락이 되어있었던가, 제자들이 입구에 양쪽으로 도열해 있고, 환영 폭죽도 제법 사람을 놀라게 할 정도다.
복사된 앨범의 사진으로 열심히 공부(?)했지만 알아볼 수 있는 제자의 얼굴은 거의 없다.
구름위에 뜬 기분으로 제자들과 인사를 나눈다.
곱게 마련해 둔 ‘은사님의 좌석’에 좌정한다.
공부했던 복사된 앨범을 꺼내놓고 한사람씩 기억을 더듬으며 지금의 얼굴과 비교를 해 본다.
임*탁. 특수학교 선생님이란다. 학교 다닐 때부터 참 착한 학생이었는데, 아마 제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임*규. 농협에 근무한다고 했던가?
김*현, 하*락. 그래도 소식들은 전해들은 적이 있었지?
손*창. 그래 본인 말마따나 학창시절에 말썽도 제법 피웠다. 그래도 지금 늠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임*선. 먼 인천에서 왔구나. 옛날 얼굴이 남아있어도 옛 사진 없이는 지금을 읽을 수가 없더구나.
이*영. 영리했던 모습이 남아있구나.
안*곤. 반듯했던 네 모습이 지금의 공무원 생활을 준비하고 있었나 보다.
권*박. 강한 눈매가 아직도 남아있더구나.
최*필. 항상 단정한 모습에서 대학교수의 꿈이 무르익었나 보지?
최*규. 눈 아래의 모습은 여전했다. 멀리 인천에서 임*선이와 같이 왔었나?
객지에서는 고향친구가 더 반가운 법이지.
이*희. 학교 다닐 때도 제법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었는데, 이젠 장인어른도 되었으니 부드러움의 미덕도 갖추어야 되겠지.
허*규.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 것 같아. 어릴 때도 남 도와주는 것 잘했지.
손*숙. 인형 같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남아있더구나.
김*숙. 경기도 안성에서 먼 길을 마다않고 왔구나.
임*화. 후덕한 네 모습이 나이 들수록 더 멋져 보이더라. 원래 점잖은 아이여서인지. 김포 산다는 키 큰 임*옥이와 같이 가까이 오지 않고 먼 자리에서 눈인사만 나누었구나.
엄*일. 자네 모습에서 세월의 흐름을 가장 실감할 수 있었다. 밤톨 같았던 아이였는데, 이젠 살은 붙고 머리는 벗겨진 모습에서 옛 얼굴을 찾아내기가 쉽지 않았다.
김*경, 임*은. 서울에서 잘 살았던 모양이다.
안*규. 사위 본 소감은 어땠나? 크게 변하지 않은 얼굴이지만, 눈매는 세월을 이긴 훈장처럼 보이더구나.
김*한. 어릴 때부터 명랑 쾌활한 성격이었다. 긍정적인 네 모습이 좋더라.
임*기. 멀리 안산에서 오느라 늦어졌지. 자기 분야에서 뭔가를 성취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모습이었다.
임*환. 역시 공부 잘 하던 학생이 교직에 입문하는 경우가 많지. 아마 자네도 얼마지 않아 지난 토요일 같은 자리에서 주인공으로 자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권*만. 어쩌면 가장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바로 알아 볼 수 있었으니.
정*광, 부근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소개는 미처 제대로 파악하질 못했다. 이젠 온라인으로 하나씩 알아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신*석. 멀리서 복분자 술을 일부러 준비해와 한잔 그득 따라주었는데, 다 마시질 못해 미안하네. 일부러 전화까지 해 주어서 더 고맙고.
오*석. 참 순진했고, 정의로웠다. 그래서 이젠 소방관이 되어 119 구조요원으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었나 보다.
김*한. 그 날 사회 보느라 수고 많았네. 어디에 내어 놓아도 빠지지 않을 정도의 수준이었다네.
임*수. 중학교 이 후 키가 더 크지 않았다고. 말수 적고 점잖은 모습은 여전하더구나. 사진 촬영하느라 술도 한잔 제대로 못했지? 수고 많았네.
최*건. 부잣집 아드님 같은 모습. 그 모습 그대로 이어나가기 바라네.
이*옥. 사실 모두가 힘들게 살아가던 시절이어서 내가 해 준 이야기를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 이야기를 오랫동안 기억하고 있었다니 고맙네.
권*희. 가족과 같이 먼 곳으로 자리를 옮겼는데도 불구하고 동기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 준데 대해 고맙고,
이*분. 어릴 때부터 어른스러웠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었지. 안동을 위해 의정활동성 발언에 ‘역시…’ 했었다.
권*숙. 이젠 키도 작은 것 같지 않던데, 제 몫은 항상 톡톡히 해 내던 기억이 난다.
이*희, 이*임. 부산, 대구에서 왔었구나.
권*인. 어릴 땐 무척 아파서 결석도 며칠간 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본인이 극구 아니라하니 아마 하얀 얼굴색 때문에 착각했었나 보다.
박*홍.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구나. 키도 컸고, 육상 활동도 했던 걸로 기억나는데, 이젠 아주 중년의 경력 있는 선생님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참석했던 사람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알고 싶었는데, 이젠 눈도 귀도 침침하니 멀리 앉았던 제자들은 다 알아보지 못했다.
모임에 참석하진 못했지만 전화로 연락을 해준 이*희에게도 고마움을 전하고.
임*현 회장과
김*대 총무.
계속 연락을 이어 준 최*경, 김*남
고맙네.
내 교직생애 최고의 날이었다네.
과분한 대접에 선물까지. 같이 갔던 친구들의 선물까지 준비해 주어 그 친구들의 감사도 같이 전하네.
오늘 아침엔 월요일 전체 교직원회의에서 자랑을 한껏 했었다네.
어느 나이 든 선생님은 ‘자랑할 만 하다’면서 ‘부럽다’는 이야기를 하누만.
정말 내 교직생애 중 최고의 날이었네.
‘고맙네!’ 하는 말. 더 이상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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