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임학교인 안동 녹전중학교.
지금은 학생수가 많이 줄어들어 분교장이 되었고,
아마 내년쯤이면 폐교될 위기에 있지만 당시에는 8학급, 500여명의 학생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학교다.
2학년을 담임했었고,
딱 일년을 근무하고는 포항 지역으로 나와 버려 담임했었던 학생들의 앨범도 없고, 그 학생들의 앨범에도 내 사진은 들어있지 않았다.
그런데, 이 초임 때의 제자들과 어떻게 연락이 이루어 졌다.
자기들끼리는 우리학교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려져있는 내 사진을 보고 자기들의 은사가 맞느니, 비슷하지만 다른 사람이라느니 말 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7,8년 전 쯤 경주여고로 남편을 대동해서 찾아 온, 같이 교직에 몸담고 있는 여 제자가 연락의 고리였던 모양이다.
그 후 간혹 ‘이제는 선생님과 같이 늙어가요’라며 전화 주는 제자도 있었다.
제자들의 얼굴이나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에 녹전중학교에 부탁하여 당시 담임했었던 학생들의 앨범 사진도 복사해서 전해 받게 되었다.
50을 넘긴 제자들의 얼굴이 사진 속의 모습으로도 어렴풋 기억에 남아있다.
인터넷 카페로 현재의 제자들 모습도 찾아본다.
벌써 사위를 보고 장인이 되었다는 제자는 자그마한 체구의 예쁜 미소를 가지고 있었던 학생.
늙수구레한 모습들 중에는 나보다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제자도 있다.
고맙다.
전방 근무하다가 갓 제대한 보병 소대장의 자세가 남아있었을까.
무척이나 엄하게 학생들을 대했던 당시의 기억만 남아있는데, 제자들은 그 무서웠던 선생님을 잊지 않고 있었나보다.
자기들의 동기회에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전화를 해 주는 성의에 당일 대전에서 만나기로 했던 대학동기들의 모임을 안동으로 바꾸자고 부탁해서 모두 승낙을 받았고, 이제 제자들 만날 시간만 기다리면 된다.
무척이나 기다려지고 한편 두려워지기도 한다.
35년 전의 엄했던 선생님에 대한 원한(?)이야 세월에 씻기기도 하고 얇아졌겠지만, 그래도 내 마음에 남아있는 무거운 짐은 그리 쉬 가벼워지지 않으니.
제자들 만나는 날 나도 큰 절로 대신 속죄의 기회를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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