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이라 하나 이곳 포항은 바닷가 덕분인지 그렇게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살 수 있는 곳이다.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 체육활동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창 밖을 내다본다.
아이들의 뛰어다니는 모습이 활기에 넘친다.
지금 이 시간이 참 좋다.
아직은 정년퇴임이 몇 년 남아있지만,
그 이후
지금 이 시간을 생각한다면
지금 이 시간이 무척 그리워질 것 같다.
매주 월요일마다 하는 교장실에 놓여진 화분에 물주기 작업.
화분이 큰 편이어서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될 것 같아 나름대로의 주기를 만들어 두었다.
난 종류는 2주에 한번씩
물통에 10여분 정도 푹 담구어 물을 준다.
아침마다 출근하면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하고 화분에 스프레이로 물을 뿌려준다.
관심을 가지고 돌봐준 덕분인지 모두들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다.
월요일 아침 직원전체조회.
웬만한 일이 아니면 교장의 발언은 없다.
실무자인 부장선생님, 총괄하는 교감선생님이 이야기 했으면 교장의 발언은 중언이 되기 마련이다.
그냥 자리만 지켜주고 앉아있어도 짜여져 있는 시스템대로 잘 돌아간다.
시스템에 변화를 줄 때만 방향 제시로 끝낸다.
교장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메시지만 던져주면 된다.
많은 수의 아이들 중 대다수는 문제없다.
다만 몇몇의 아이들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어야 한다.
밤새도록 부모 없이 혼자 있다가 새벽녘에야 나타나는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있다.
지각대장이다.
아마도 밤이 새도록 인터넷 게임에 몰두했으리라.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자식을 이렇게 방치해 두면 안 되는데,
경제적으로 힘들어도 자식농사를 잘 지은 부모는 칭송을 받아도,
경제적으로 성공해도 자식농사 망친 부모는 가슴을 치게 되는 현실을 왜 외면할까.
자식농사 보다는 돈 버는 게 더 쉬운 일이니까?
모자라는 부모사랑을 돈으로 해결할 수 가 있을까.
오늘도 교무실 앞에서 벌서고 있는 저 얌전한 아이는 지각으로 얼굴이 익은 아이다.
저 아이의 미래의 얼굴이 그려질 듯하다.
걱정스럽다.
학교시설이 학생수에 미치지 못해 아이들에게 미안스럽다.
특별교실로 지어진 북편교실을 사용하는 학생들은 일년 내 교실 안에서 햇살 구경을 하지 못한다.
내년도 학급편성 시에는 이런 교실을 사용한 학생들이 진급한 학년에서 이런 교실에 들지 않도록 조정해주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년도에는 12개 학반이 졸업하고 10개 반이 입학하게 되니 2개의 교실을 특별실로 바꿀 수 있다.
후 내년쯤에는 추진하고 있는 강당이 건립되면 무용실과 체력측정실이 강당으로 나가게 되니 4개 교실의 여유가 생긴다.
그 때쯤이면 학교시설도 적정선이 될 것 같다.
학생들의 등굣길
복잡한 횡단보도 앞에 과속방지턱을 해주기로 동장님의 약속을 받아 두었다.
전임인 대송중학교에 근무할 당시 대송면장으로 계시던 분이 이곳의 동장님으로 오시어 많은 협조를 쉽게 받고 있다.
별 걱정해야 할 일 없고, 모든 게 순조롭게 잘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도 내 나이에 비해 걱정할 것 없이 좋다.
혈압약 먹지 않고도 정상혈압 유지하고, 혈당수치도 정상이다.
지난여름 받았던 공무원 정기 신체검사에서도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타나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다.
모두들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데, 나 혼자만 배부른 행복감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미안스런 생각도 든다.
어제 아들 장가보낸 친구에게서 감사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행복감에 젖어 잘 지내고 있다하니
세상에서 제일 팔자편한 교장이라고 부러워한다.
그렇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교장.
이런 행복감에 푹 젖어 눈 지그시 뜨고 즐겨보자. 세상에서 제일 좋은 행복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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