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도 여름 청주에 있는 교원대학교에서 교장자격연수를 받았으니 세월도 어언 8년이나 흐르게 되었다.
당시 같은 반 연수동기들 중 일부가 모임을 갖기 시작하였다.
일년에 두 차례씩 방학 중 모임을 이어오다가 이젠 부부가 같이 모이게 되어 제법 모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목포, 포항, 천안, 제주, 서울, 대전 등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모이다가 금년 여름에는 충남에 계시는 교장선생님의 추천으로 문경새재 길을 걸어보기로 하였다.
같은 경북에 살아도 포항과 문경은 양 끝단에 위치해 있어 다른 시도(市道)를 넘나드는 것 이상의 거리이지만, 충남은 거리상이나 도로여건상으로 문경 접근이 더 쉬운 덕분에 문경새재 길을 자주 걸으셨던 모양이었다.
총무 역할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모임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해 두어야 한다.
문경의 관광호텔은 새재 입구 부근이라 온천과도 거리가 있고, 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어 차 운전을 해야 하는 사람은 저녁식사 때 마음 놓고 술도 한잔 할 수 없는 형편이어서 문경시내 온천 부근의 모텔을 이용하기로 하였다.
모이는 날자 한달도 되기 훨씬 이전에 인터넷으로 검색된 모텔에 방 하나당 오 만원씩 예약을 하고 십 만원을 예약금으로 송금까지 해 두었다.
그러나 막상 당일 도착해서 확인해 본 결과 숙박비는 사 만원 이었다.
왜 이렇게 예약 손님에게 요금을 더 받느냐고 항의를 해 봤지만 성수기에는 그렇게 받는다는 대답만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모텔이 만원이 되어 방이 부족한 형편도 아니었다.
만일 예약을 않고 당일 바로 왔다면 사 만원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경우였다.
그러나 예약금을 준 상태여서 되 물릴 수도 없고 하여 부르는 대로 계산을 했지만, 다른 시도(市道)에서 오신 손님들에게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좀 쉬었다가 부근의 유명하다는 문경약돌한우 전문집을 찾았다.
모텔 문제로 찌푸둥 한 기분도 풀어버릴 겸 좋은 집을 찾아 간다고 들어간 집에서는 별로 신선해보이지도 않는 고기를 자칭 약돌한우 등심이라며 상에 올려주었다.
모두 점잖은 사람들이라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소문과는 다르구나.’ 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다는 기분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었다.
요즘 문경이 중부고속도로가 개통된 덕분에 교통의 중심지로, 새재, 드라마 촬영장 등으로 속칭 한물 뜨고 있다는 곳인데 같은 경북에 사는 사람으로 너무 실망스럽고, 다른 사람보기가 미안스럽다.
우선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이런 좋지 못한 인상을 외지인들에게 심어주게 되면 문경의 이미지는 크게 추락하여 더 이상의 발전을 도모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우려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