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을 고칠 수 있는 것이 금자(金尺)라 했던가.
어디서 금자를 구할 수 있을꼬?
한번 밖에 쓰지 못하는 금자라 한들
어찌 아깝다할까.
먹어서 고칠 수 있는 병이라면
어딜 못가서 구하지 못할까?
내 한 몸 불편한 것들이야
좋은 의사만나
하늘도 무시 못 할 첨단장비, 좋은 기술로 걱정 없이 고칠 수 있겠으나
저 할미
노망든 머리는 이 세상 어느 것도 효과가 없다네.
어쩔거나, 어쩔거나
서방인지 아들인지 구별도 못하네.
젊어
좋았을 것 같은 세월은
손톱, 발톱 잦아지는 고생으로 일관했고.
나이 들어 이제 좀 편해 질려나 했더니
생각도 못했던, 말도 어려운 알츠하이머
우리는 망령, 노망이라 했었는데.
무슨 업보를 그렇게나 만들었나
조상이 쌓은 것들인가
자식 놈들 업보인가.
아서라 말어라
하느님 사랑 지극하여
살아생전 보속기회 주신 것이겠지.
주신 사랑 알아채고
감사하며 살아야지.
(2008년 7월1일자로 노인장기요양2급 대상자로 판정받고
포항 시내의 모 요양원에 입소하기로 하였다가 다시 모시고 오게 되었다.
막상 가 보니 시설은 괜찮은 정도인데, 입소해 있는 노인들이 모두 귀신같은 모습이라
아내가 다시 모시고 오겠다고 마음을 바꿔먹은 날.)
솔가지 꺾어
돌아가는 자식 길 밝혀 주는 老母의 이야기가
고려장 이야기던가?
고추달고, 부랄달아 나왔다고
좋아라 말아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으리라
그렇게 키운 자식이 무슨 소용이랴.
두고 떠날까봐 자식 손잡고
두려워 떠는 노모를
거짓으로 둘러대고
남겨두고 떠나는 자식이
그렇게 키웠던 자식이란 말인가?
온 몸 편히 눕혀보지 못하고,
따뜻한 밥 마음대로 먹어보지 못하면서
자식들 다둑거려
추위에 떨세라.
더위에 힘 빠지려나
무얼 먹여 보신시키려나.
에라이 이 놈아
니는 나이 들지 않을 거냐.
인명은 재천이라
죽고 싶다고 마음대로 될까.
내일 어떤 날
너도 저 모양으로 남아있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마음 아프긴 마찬가지라.
며느리 여린 마음이
두고 온 시모가
눈에 밟히지 않으랴.
다행이다.
마음 변해
다시 모시고 집으로 가겠다니
몇 몇 날을
무거운 돌에 눌린 가슴
이제 고개들어보자.
죄짓고 살지 않아도 된다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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