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옛 생각이...

회형 2008. 6. 18. 13:31
 

대구에 부모님이 생활하고 계실 때였다.

아내가 대구보건전문대학에서 연수를 받게 되어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을 책임지는 운전기사로 며칠간의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무료한 낮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서 오래간만에 팔공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버스를 이용하여 갓바위 주차장까지 갈려했지만, 버스 시간이 맞지 않아 공산 삼거리에 내려서 걸어서 갓바위 주차장까지 올라갔고, 주차장에서 부터 또 수많은 계단을 올라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만나고, 옛날에 자주 다니던 길을 이용하여 동화사로 넘어가기로 했다.

옛길은 많이 변해 있었다.

팔공컨트리클럽 골프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주위 경관과 함께 길도 옛길이 아니었다.

아내의 퇴근시간에 맞추어야 하므로 발길을 서둘렀다.

동화사, 은해사와의 갈림길 부근에 세워진 정자에서 잠시 쉬기 위해 걸음을 멈추었다.

점심은 갓바위 주차장에서 국수와 두부로 해결했으나 여름 한 더위아래라 준비했던 물이 모자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곳에서 만난 두 사람.

한 분은 교직생활을 하다가 정년퇴임을 한 후 상처(喪妻)하고,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딸과 같이 생활하고 있는데, 점심으로 슈퍼마켓에서 파는 빵 두개를 준비해 오셨다.

재혼을 생각하고 어느 정도까지 진척이 되었지만, 여자 쪽의 요구가 만만치 않아 포기했다는 이야기와, 이것저것 세상살이가 귀찮아 빵 두개만 가지고 매일 이산, 저산으로 다니며 시간을 소일하고 있다는 교직의 대 선배 분.

한쪽다리가 불편하여 발을 절지만, 사업을 한다며 부티를 내는 젊은 남자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그 길을 다닌다며, 양주와 냉동시켜 약간 굳게 만든 삼강사와를 칵테일 하여 내어놓으며 산행에서의 양주의 우수성을 자랑한다.

산에 가기로 마음먹은 날엔 비가와도 우산을 받쳐 들고도 산에 오른다는 그는 불편한 다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자신감이 배여 있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이 한동안 같은 길을 걷다가 그 두 분들은 정상인 동봉까지 길을 잡고 가신다하여 동화사 수숫골로 내려오는 길에서 헤어졌다.

헤어져 내려오는 길에 많은 생각들을 했었다.

어쩌면 내일의 내 모습을 보는듯했고, 불편한 다리에도 불구하고 자신만만하게 살아가는 그 양주의 주인이 부러워 보이기도 했었다.

 

오늘따라 왜 오래전 지나간 그런 일들이 생각날까?

장마비 탓인가?

내 몸의 불편함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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