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향기가 며칠 만에 절정을 이루더니만 이젠 제법 시들해져 버렸다.
매일 산책하는 수도산 길을 걷다보니 하루하루 변화를 너무 실감나게 느끼게 된다.
작은 버선발 같던 꽃 몽우리가 며칠 만에 꽃 봉우리가 터져 향기를 풍기더니만 금새 꽃잎이 떨어지고 향기도 줄어든다.
향기를 좀 더 길게 느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좋은 향기는 이렇게 짧아야 제 값을 하는 겐가?
소복한 여인의 향기 같다고 느꼈던 시절이 있었다.
그 에겐 소복한 여인의 향기가 났었다.
계절적으로 아카시아가 피는 시기였던 까닭이었을까?
그냥 지켜보기만 했었다.
어렵게 살았던 그 시기의 나에 비하면
부유한 가정에 남부럽지 않게 생활하는 듯 보였던 그는 나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에게는 나타나는 외부의 부유함 이면에 소복한 여인의 향기가 났었다.
‘왜’냐고 물으면 ‘그냥’이라고 답 할 수밖에 없지만 그에게는 남과 다른 그런 향기가 있었다.
이 계절에 아카시아 꽃향기를 싫컨 마시면서 스쳐 지나갔던 옛일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