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직원들과 점심식사 중에
'카바레에서 봤습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와서 모두들 한바탕 웃었다.
그러고 보니
언젠가 많이 들어본 이야기 같다.
기억이 날 듯, 말 듯 할 때의 답답함을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많이 느껴 보리라.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되살아나지 않더니
어제 오후 산책길에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었다.
십 수 년 전
친구들 몇몇이 부부팀 으로 경주 남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친구 부인 중에 한 인물하는 사람이 있어 군계일학처럼 우뚝해 보이는데
산행 중에 마주친 어떤 아저씨,
그 부인의 미모에 홀렸던지
'아주머니 어디서 참 많이 뵈었습니다'하고 말을 건넨다.
그 때 그 부인 순간적으로 받아치는 말 '카바레에서 뵈었네요'
우린 보통 무슨 말을 하든지 한번쯤 입안에서 굴려진 말이 나오기 마련인데 이 부인은 0.5초가 채 되지않는 반사적인 반응이었다.
자기 부인의 입담을 익히 알고 있고, 몸소 많은 손님을 상대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왠만한 농에는 거리낌 없는 말솜씨를 발휘하는 것을 아는지라 그 부인의 남편되는 친구는 싱긋이 웃고 있고,
농담을 걸었던 그 아저씨의 놀란 표정과, 쌍도끼 눈으로 '뭐/' 하며 말 뒤 끝자락이 쳐 올라가는 그 아저씨의 부인 모습에 우리 모두는 박장대소를 하고 말았다.
아마도 그 아저씨 집에 돌아가서는 성한 몸 건사하기가 어려웠으리라.
그렇게 기억해 내려 해도 떠오르지 않던 안개속 희미하던 기억이,
혼자서 조용히 산책하는 길에서 이렇게 쉽게 떠오르다니!
이런 산책길이 어찌 사람에게 좋지 않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