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다이어트 중입니다.

회형 2008. 4. 3. 11:48
 

다이어트 중이다.

과체중이 허리 디스크에도 무리를 주는 이유 중 하나이고,

희한하게도 체중이 조금만 줄어들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간다.

한달 여 전쯤

TV에 일본의사의 다이어트 체험기가 소개된 적이 있었다.

식사 전에 생 양배추로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난 뒤에 식사를 하여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서 체중이 줄어들었다가 어느 정도 시간 경과 후에 다시 체중이 늘어나는 요요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100Kg 이상 나가던 일본의사의 튀어나온 배가 다이어트 성공 후 70여 Kg으로 줄어든 사진을 볼 수 있었다.

큰맘을 먹고 시작하였다.

근 한달이 지나도록 꼼짝하지 않던 체중이 서서히 감소 현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퇴근 후 자리에 앉지도 않고 바로 옷 갈아입은 후 집 가까이 있는 수도산을 오른다.

일제 강압 시기에서부터 얼마 전까지 포항 시내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곳이어서 수도산으로 불려지나 원 이름은 모갈산(茅葛山)이다.

집 가까이에 이런 산책코스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계절을 실감 있게 느낄 수 있는 부가효과도 있다.

포항 시가지가 바다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울릉도 가는 배가 저기 있구나.

포항제철은 이런 낮에 보다 야경이 더 멋있는데, 하면서 산 능선 이쪽저쪽을 모두 구경한다.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산책길 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에 드는 길이 있다.

조릿대가 왼쪽 가파른 길을 막아주고 있고

마른 솔잎이 쿳션 역할을 해 주는 조용한 길이다.

빨리 서둘러 걷질 않는다.

천천히, 일부러 명상에 잠기려 의도하지 않아도 생각이 멈춰 버리거나, 깊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걸음으로 간다.

체중이 줄어들어 뱃살이 빠진 탓인지 고개가 숙여진다.

젊은 내외가 빠른 걸음으로 앞질러 간다.

산책을 끝내면 속내의를 갈아입어야 할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한동안 다녔으나

이런 천천히 걷는 소걸음에도 매력이 있음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의 글에 천천히 걷는 명상을 읽은 적 있었다.

그것을 시도해 보려고 학교 운동장을 걸어 보았는데, 그 땐 여러 가지 여건상 이루어보질 못했었다.

경주여고 교감 시절 매일 진행되는 학생들 야간자율학습시간을 활용한답시고 했었지만 생각은 언제나 학생들에게 가 있었고, 다른 이웃주민들과 같이 약간은 소란스럽게 걸었으니 혼자만의 생각에 침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서 그러한 명상의 시간을 갖게 됨을 생각하니 ‘다행스럽다’, ‘행복하다’라는 느낌을 갖는다.

간혹 아내가 같이 걸음을 맞추어주지만 그냥 혼자의 생각 속에 빠져있는 나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지 눈을 들어보면 저 만치 앞서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천천히 걷는 걸음 때문에 시간이 늦어져 막둥이의 재촉 전화를 받기도 한다.

‘아버지는 아들 배고픈 것도 생각이 없습니까?’

혼자만의 시간이 빠져 시간가는 줄을 느끼지 못했었나보다.

고개들어보니 벌써 서산으로 해 넘어가고 산자락에 어둠이 깃들어오고 있다.

‘십분 만에 내려가마 잠시만 기다려다오’막둥이 재촉을 달래며 걸음을 빨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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