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기분좋은 날

회형 2006. 4. 13. 09:49

오늘 아침에 어떤 메일을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임고중학교 졸업생입니다..

누군지 밝히지 못하고 이렇게 메일을 드려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중학교 졸업한지 벌써 20년이 넘어  학교도 많이 변하고  졸업생도 입학생들도 많이 줄었네요..

누구나 마찬가지 겠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  학교에 대한 그리움..

각박해지는 서울생활 속에서도 가슴 한구석에 담고 살아가는 아름다운 추억때문에 힘을 내곤 하지요..

다름이 아니라  요즘 점심을 굶는 학생들이 많다고 하는 뉴스를 가끔씩 접합니다..

혹 제 모교에서도  그런 학생들이 있나 해서요..

혹 그런 학생들이 있으면 몇명이나 되는지..  1인당 월 점심 급식비가 어느정도 되는지.. 좀 파악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큰 도움은 못 되겠지만 작은 정성이라도 보태고 싶은 마음입니다..

 

"참 되게 살고  착하게 살고  사랑할줄 아는 사람"  저희 집 가훈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이렇게 클수 있도록  좋은 가르침 부탁 드립니다.

 

수고 하십시다..

서울에서 졸업생  올림

 

 그래서 이렇게 답장을 했습니다.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정말 가슴 훈훈한 이야기를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서가 아니라

바로 직접 접하게 되었다는데 대해서

감사한 마음 전해드리고,
우리 사회가

아직도 건강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바탕이었구나 하는 것을

다시 실감케 합니다.

 

감사합니다.

 

본교에는 현재 66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이중에서 20명이 교육청으로 부터 중식지원을 받고있으며

임고면청년회로 부터 1명이 따로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면지역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보다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편입니다.

 

66명의 학생중

거의 절반 가까운 학생이 실질적으로 결손가정 학생들입니다.

외환위기로 가정이 해체되어 조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거나

부모의 이혼, 부모중 한쪽의 사망 등으로

가슴 한가운데 응어리를 숨기고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학생들은

그 응달진 표시없이 밝고 맑게 열심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심성을 알아보기 좋은 지표로

학교의 유리창 파손이나, 학교 기물의 파손 빈도를 들 수 있는데

우리 학생들은

정말 이런 부분에서는 어디에 내 놔도 자랑할 수 있는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맙지요.

가슴 깊은곳에

응어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표 내지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작년 경북도 학력평가에서

市 지역 학생 평균보다 더 나은 성적을 받았습니다.

 

고마운 마음 받들어

학생들 지도에

우리학교 모든 교원들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1식 단가: 1,970원*21일=41,370원(3월 기준)

대상학생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 바로 위의 차상위대상자녀로 6명 입니다.

도와주시는 정도는

사정에 따라 조정하여 주셔도 됩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졸업생 중에 이렇게 훌륭한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 있다는 자체에 감사드립니다.

오늘 우중충한 날씨지만

맑은 날보다

더 하늘이 높고, 따뜻해 보이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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