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이런 실수들

회형 2010. 10. 7. 09:38

사람이 살아가는 길에 실수 없는 완벽한 생활을 누가 할 수 있으랴.

다양한 실수를, 단 한번이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빈도인가, 얼마나 중요한 일에 대한 실수인가, 같은 실수를 얼마나 반복하느냐 하는 정도로 실수의 경중을 나누게 될 것이다.

근래 들어 엉뚱한 실수들이 빈번해 지는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 되고 있다.


지난 일요일 포항 시내에 같이 근무하는 어느 선배의 딸 결혼식에 축하객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일요일이었으나 중요한 손님이 학교를 방문하도록 되어 있어 오전에 학교에서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한 무리의 손님들이 거쳐 가고 난 시간이 결혼식에 참석하기 빠듯해서 서둘러 예식장으로 향했으나, 예식장 주위의 주차난은 전국적으로 보편화된 사실이고 기어코 시간이 늦어져 버렸다.

혼주는 벌써 식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고, 낮 익은 아는 사람들과 인사 나누며 접수부에 준비해 간 축의금 봉투를 접수시키고 식권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식장 안에서는 벌써 예식이 시작되었는데, 마침 주례가 잘 아는 동기여서 주례사도 들을 겸 복잡한 곳이지만 발 디딜 틈을 마련하여 불편한 자세로 서 있었다.

그런데 불현듯 생각나는 것이 준비했던 봉투에 축의금은 넣지 않았던 것이다.

축의 봉투와 내지까지 잘 준비했었지만, 보통 봉투만 준비했다가 예식장에 들어가 현금을 넣었던 것인데, 그날따라 바쁘게 허둥대다가 현금도 넣지 않고 빈 봉투만 내밀었던 것이다.

수부에 가서 접수하던 사람에게 봉투확인을 부탁했더니, 바로 ‘빈 봉투 내셨지요.’한다.

접수하는 사람이 봉투를 확인하고 ‘빈 봉투’라고 봉투 겉면에 써 두었다.

큰 실수를 할 뻔 했다.

이런 일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쉬 잊어버리게 되어 확인할 수도 없거니와, 혼주는 대놓고 말하지도 못할 그런 이야기라서 얼마나 욕을 할런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실수였다.

그 다음날

월요일 출근해서는 전날 손님 왔었던 내용의 일들을 정리하고, 관련되는 기관과의 연락 등으로 부산하게 시간을 보내다가 오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 평소 일기처럼 작성하던 글들을 열어 몇 가지 내용들을 기록하는데, 컴퓨터 에러가 나면서 작성하던 글들이 사라져버렸다.

다시 한글을 띄워 .asv 파일로 나타난 몇 개의 파일들을 .hwp 파일로 저장하면서 엉뚱하게 저장해 버린 것이다.

지난 7월 이후 작성되었던 글들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

삭제한 파일은 다시 살려낼 수 있으나 엉뚱하게 덮어쓴 파일은 살려낼 방법이 없다. 내 실력으로는.

출력해 둔 것도 없는데 이렇게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생각하니 근래 들어 연속되는 실수의 연발이 예사로이 생각되지 않았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이 학교를 옮기면서 외장형 하드디스크에 자료를 담아왔던 것이 생각나 확인하고 옮겨왔으나, 이곳에서 작성했던 글들은 영 복원할 수가 없었다.

어제. 화요일

영천 임고중학교에서 교감으로 있었던 후배의 부친 부음 소식을 듣고 안동으로 길을 잡았다.

지난해 장남 결혼식에는 바쁜 일이 있어 참석치 못하고 축의금만 송금했었지만 이번 경우는 직접 문상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먼 길이지만 다녀오기로 했었다.

안동까지는 빙 둘러가는 고속도로보다는 국도가 더 짧은 거리여서 기계, 죽장, 길안 쪽 길을 잡았다.

가장 지름길이고, 평소 자주 이용하는 길이어서 장거리이어도 큰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포항시 경계를 막 벗어나는 내리막길 마지막 부근에 과속단속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

카메라가 있는 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구간을 지나는 짧은 순간 무슨 다른 생각에 골몰해 있었던 것 같다.

마침 네비게이션의 볼륨은 소거상태였고, 평소 잘 과속치 않는 운전을 하지만 이때는 뭔가에 씌워진 느낌으로 카메라 아래를 신나게 과속으로 달려버렸다.

막 스쳐 지나는 순간에 ‘아차’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져버렸다.

기준속도에서 20여 킬로미터를 초과해 버렸다.

아마 얼마지 않아서 벌금통지서가 날아오겠지.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운전하면서 엉뚱한 생각에 골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이렇게 연 사흘 동안 실수를 거듭하다보니 걱정스런 마음이 든다.

이게 일상 일어날 수 있는 실수인가?

좀 정신 바짝 차려가며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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