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어떤 동문회가 있어 참석하게 되었다.
그날따라 학교에서도 바쁜 행사가 있어서 퇴근이 약간 늦어졌지만 약속장소까지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간편한 복장에다 운동화를 신고 걸어서 갔다.
이렇게 걸어두면 저녁운동을 대신할 수도 있어 시간도 절약되고, 택시비도 절약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30분 정도를 예상했지만, 5분 정도가 더 걸렸다.
동문회원들이 다 모이지 않았으리라 예상하면서 식당으로 들어섰지만 벌써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주연이 진행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약간은 괘씸한 생각이 들었다.
제일 고참인 내가 참석하리라는 것을 잘 알면서 5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이렇게 퍼질러 앉아 소줏잔을 돌리고 있다니.
자리에 앉아 웃옷을 벗으면서 ‘35분이 걸렸구나.’하니 한 후배가 걸어서 왔느냐고 묻는다.
걷기 적당한 거리이고, 날씨라며 대답했는데 반응이 약간 이상함을 느낀다.
자리를 파하고 집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그 날 모임이 오후 6시 30분이 아니라. 6시였던 것이다.
후배들은 30분이나 지각하면서 천천히 걸어온 선배가 못마땅했으리라.
이렇게 오해가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 며칠 전 약속이 6시 30분이었다는 것이 그 날의 시간을 착각하게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