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바쁘던 3월 신학년도 초
이틀간의 연가를 얻어 서울을 다녀왔다.
내가 대학교 입학하던 해인 1970년에 태어났던 생질. 금년이 딱 마흔이 되는 해이다.
그 놈이 자던 잠결에 영 생의 끈을 놓아 버린 것이다.
아직도 젊은 아내와 어린 자식 셋을 두고 한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가 버린 것이다.
누님 내외는 가뜩이나 어려워진 형편에 부모를 두고 말 한마디 없이 가버린 장남의 죽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마음인 것 같았다.
중학교에 막 입학한 큰 딸, 아버지의 죽음을 어린 나이에 어떻게 받아들일까?
오열하는 울음 끝에 끝내 실신해 버리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모여 있던 모든 사람의 눈에 눈물이 가득해진다.
아직 어린 막내아들은 죽음을 인식하기에는 이른 나이인가 보다.
제 또래 되는 꼬마들과 어울려 장례식장안을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다.
저 놈이 크면 제 아비의 모습을 기억할 수 있을까?
벽제 화장장에서 한 시간 조금 더 걸린 화장 끝에 한줌 잿가루로 변해버린 건장했던 생질녀석의 모습을 떠 올려본다.
인물도 좋고, 헌출한 키에, 성격도 좋아 주위에 사람이 많았던 것 같다.
JCI 청년회에 몸담고 활동했던 덕분에 그 회원들이 상당한 역할을 해 주어서 마지막 가는 생질의 길을 닦아주었다.
심지어 상주(喪主)의 역할까지 맡아 해준 그 젊은이들에게 감사드린다.
매일 저녁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를 오늘은 생질 녀석을 위해 해야겠다.
『좋은 하루를 허락해 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오늘밤에 저를 불러 가시더라도 주님나라에 들게 해주십시오.
주님.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평소에도 잘 자는 잠.
밤에 잠이 안 온다는 불면증 환자들을 잘 이해할 수 없는 잠꾸러기다.
그런데 요즘은 더욱 잠이 친구하자며 가까이 오고 있다.
눕기 바쁘게 잠이 들어버리니, 일이 밀린 아내가 환하게 불을 켜두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잠들어 버린다. 이렇게 밤에도 잘 자는 잠이 낮에도 자꾸 오니 이것도 병인가 싶다.
옛날 어른들 말씀이 ‘아이들 크는 것도 잠으로 크고, 어른들 늙는 것도 잠으로 늙는다.’더니만 늙을려고 그러는지 잠이 와서 힘이들 지경이다.
젊은 시절에, 교장선생님이 교장실에 앉아 졸고 있는 모습이 별로였다는 기억 때문에 좀체 사무실에서 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데 점심시간 후 한참동안은 참기 힘들 정도의 졸음이 쏟아진다. 들고 있던 신문을 놓아버린 채로 고개가 앞으로 꺽여진건지, 뒤로 넘어간 건지도 모르고 자고 있다가 노크소리에 화들짝 깨어 일어난다.
들어오는 사람도 미안코, 나도 미안타.
드디어 입술이 터졌다.
며칠 계속 컨디션이 떨어지더니만 감기몸살 기운과 함께 입술이 부르튼 것이다.
이번 봄은 날씨도 변덕이 심하다.
포항 바닷가는 봄이 없다는 말이 있고, 이곳에 이십년이 넘도록 살면서 웬만큼은 적응이 되었다 싶은데도, 이번 봄 날씨는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덕을 부리고 있다.
배가 남산만 해진 직원도 감기가 걸려 고생하고 있고, 오늘은 기어코 감기로 병가를 낸 선생님도 생겨났다.
선생님들의 건강을 생각해서 교무실은 난방을 계속 가동시키고 있었으나, 혼자 있는 교장실은 한동안 전원을 꺼버리고 가동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던 탓인 모양이다.
젊은 시절만 생각하고 현재의 내 꼬라지를 몰랐던 탓이다.
이번 연휴기간동안 푹 쉬고 몸을 따뜻하게 했던 덕분에 감기기운은 많이 나아졌지만 입술의 흔적은 한참동안 남아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