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신학년도 운영에 대한 방안을 지난 2학기부터 내리 고심을 해 왔었다.
희망하는 학생이 절반만 넘으면 저녁식사를 학교에서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세부적인 추진방안과 문제점 등을 하나씩 짚어나갔고,
이 방안만 해결된다면 다수의 학생들이 저녁시간을 학교에서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급식비를 거두어야하는 행정실의 직원은 자기 업무외의 추가된 일이어서 난색을 표 할 것이고, 점심은 학급에서 담임의 지도를 받으면서 식사할 수 있지만 식당이 없는 우리학교에서 저녁식사는 어디에서 할 것인가?
급식조리실의 조리사들에 대한 인건비는 어떻게 책정하고, 영양교사의 시간외 근무는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 것인가? 등의 해결해야할 것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했었다.
그러나 학급이 하나 줄어들면서 영양교사의 TO가 없어져버리고 이웃학교의 영양교사가 일주일에 두 번 우리학교를 방문하여 식단을 작성하고 운영하도록 겸무발령이 나버렸다.
그 동안 애써 생각하고 고민해 왔던 것들이 일시에 와그르르 무너져 버린 셈이다.
오히려 마음은 더 편하게 되었지만, 허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방과 후 학교 운영은 어떻게 할까?
정규수업 후 바로 진행되는 7교시 특기․적성교육은 편성학급에 2반을 추가하여 7개 반으로 편성 운영한다.
추후 포항시로 부터 지원이 있을 경우 악기연주반이나 연극반을 추가 편성 운영할 수 있겠다.
8교시는 전체 교과패키지로 운영한다.
지난해부터 운영하던 패턴이라 별다른 문제점은 없다.
그러나 야간교실은 지난해 운영하던 방식으로는 도저히 계속할 수 가 없다.
저녁식사를 무료로 먹여주면서 붙들어 공부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주었지만, 아직 나이어린 아이들이고, 자기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이 닦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탈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 학년말에는 많은 학생들이 중도 탈락하는 형편이었다.
지난해는 자율학습 위주로 운영했지만 금년에는 소규모로 편성된 그룹으로 수준별지도가 이루어지도록 운영해야겠다.
명예퇴직하고 집에서 쉬시는 베테랑 선생님들을 초빙할까?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몇 분들에게 전화로 의사타진을 해 보았지만 시간에 억매여 생활하기가 힘들다며 고사(固辭)한다.
우리 현직선생님들의 투입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매일 밤늦게까지 근무하다가 퇴근하게 되면 피로가 누적되고 정상 일과수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리라.
지역에서 명문대학으로 인정받고 있는 한동대학교 학생들은 어떨까?
한동대학교 담당직원과의 통화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
시간당 강사료 외에 한동대학교와 우리학교가 포항시의 남북 양 극단에 위치해 있어 대학생들이 다니기가 어려우니 교통비까지 지급해서 승합차 한대를 학생들이 매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었다.
지난해까지 무료로 운영하던 방과 후 학교를 이젠 유료로 전환한다.
유료라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운영비는 학교에서 부담하고 학생들이 내는 돈은 참가의 의미에 중점을 두는 정도로 적은 금액을 책정했다.
스스로 공부하기를 원하고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가능한 한 많은 지원을 하기로 잠정 기준을 잡았다.
각 교과담임이 추천하는 부교재도 5권씩 제공해준다.
지난해에 전교생에게 무료로 교재를 제공하였으나, 요즘 학생들 거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거금을 들여 구입해준 교재에 대해서 감사의 마음이나 소중하게 사용해야겠다는 마음을 거의 읽을 수 없어 금년에는 ‘사교육 없는 학교’ 운영비로 구입한 책이라는 문구와 함께 사용자 이름을 기록하도록 하고, 방과 후 학교 운영에 빠질 경우에는 교재도 회수토록 지시했었다.
3월15일부터 시작하여 이제 막 10일간 운영을 했었다.
아직까지 정착되지 않은 운영이어서 걱정이 여러 가지 앞서고 있다.
명문대학교 학생이지만 저렇게 저녁시간을 계속 빼앗기다 보면 너무 힘들어 넘어지지나 않을까?
아직 대학생인지라 우리학교 중학생을 다루는데 어렵지는 않을까?
한 그룹 당 8명 정도로 배정되어 있지만 추후 지원자가 더 늘어날 경우에 추가로 반 편성을 해야 하나?
추가로 그룹을 늘리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가용 가능한 예산을 모두 투입하여 운영하고 있는 형편이어서, 더 이상 그룹을 늘리기 어렵다.
그렇다고 그룹 당 인원수를 더 늘려 배정하게 되면 그룹운영에 애로가 많을 것 같은데…
그건 또 그때 가서 고민하자.
학부모총회도 있었지.
몇 해 전까지는 평일 오후에 했었다.
당시 200명 정도의 전교생에 스무남은 명 참가하는 학부모들의 참가율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저녁시간이면 많이 참가할 수 있을 것 같아 오후 7시30분에 해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
금년에는 토요일 오후로 시간을 잡고 자녀교육 상담전문가를 초빙하여 강의시간도 마련해 보았다.
예년에 비해 약간의 효과는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학부모는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이유를 알 수 없다.
시내 큰 학교는 학부모들이 너무 많이 참석하여 앉을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렇게, 또 저렇게 변화를 주고 몸부림쳐 봐도 별무 효과니 말이다.
학교운영위원회도 금년에 새로 구성해야하는 해이다.
학교홈페이지와 가정통신문을 통하여 공고하고 그 사실을 알렸지만 기한 내 신청서를 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어쩔 수 없이 전년도에 봉사하시던 분에게 부탁을 드리고,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 학부모 중에서 하실만한 분을 물색하여 부탁드렸다.
쉽게 승낙해주시어 어려움은 없었지만, 매번 이렇게 개별적으로 부탁드려야 한다.
이제 곧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금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는 행․재정시스템에 따른 추경편성을 새로이 해야 한다.
머리가 바쁘다.
바쁘고 나쁜 머리를 보완하기 위해 수첩에다 빠짐없이 기록해 둔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하루 종일 교장실에 쳐박혀서 멍청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무척 바쁘다.
마음도 바쁘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는데, 저것은 언제하고, 이것은 언제 해야겠다.
머리만 자갈밭에 수레바퀴 굴러가는 소리 들릴 정도로 바쁘게 굴러간다.
이 삼월이 지나고 변화가 정착이 될 무렵에는 4년간의 초빙교장 임기를 마치고 보따리사서 이동준비를 해야 하겠지.
떠난 뒷모습이 아름답지는 못해도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쁜 머리지만 열심히 굴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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