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동기생 중 몇 해전 국전에 특선으로 입상한 솜씨좋은 친구가 있다.
서각, 서화 등에서 빼어난 솜씨를 자랑한다.
국전뿐만이 아니라 지방의 여러 대회에서 각종 상을 여러 차례 받고 전시회도 가져 대구시민회관이나 두류공원 부근의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작품을 구경한 적도 있었다.
이 친구가 귀한 선물을 보내왔다.
펼치는 부채에 자신의 그림과 낙관까지 넣어서 만든 작품이다.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통 격이 되지는 않을는지 염려가 앞서네.
이런 서화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눈 뜬 장님격인 내게 이런 귀한 선물을 보내오다니.
오랜 친구로 정을 나눈다는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며 고이 잘 간직해야 겠다.
부채는 부쳐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원래 제 할일이겠으나, 이 부채는 그렇게 제 기능대로 살지 못하고 천상 액자 속에 갇혀서 보내야 할 운명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