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이야기

면지역의 중학교 위상

회형 2008. 2. 29. 10:16

몇일전 저희 학교가 속해있는 면지역의 기관장 회의가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던 중에

지역주민들의 전출이 심각하다.

1만5천의 주민들이 몇년새 6천으로 줄었고,

작년 한해동안 5백명이나 빠져나갔다.

여러가지 이유들 중에

초등학교 아이들이 시내학교로 자꾸 전학을 가게 되는것이 문제다.

이것은 이곳에 중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교장의 자격으로 참석한 저로서는 참 황당하달 수 밖에

몇가지 예를 들어 이야기 해 주었습니다.

작년 한해동안 시내학교에서는 희망자에 한해 수강료를 받고 실시하는 방과후학교를 우리학교는 학교 자체예산으로 전교생 모두 일년동안 하루 한시간씩 수업을 더했다.

시내 선생님들은 강의료를 준다해도 하기 싫다며 안하는 학교가 수두룩한데

우리학교 선생님들은 시내보다 강의료도 적게 받으면서 아무말 없이 학생들을 위하여 정말 노력했다.

지난 여름, 겨울방학 중에도 교육청 지원을 받아 학생 부담없이 하루 4시간씩 14일동안 보충수업을 했다.

우리학교 직원들이 매달 성금을 내어 9명의 학생들에게 급식비 지원을 하고 있다.

여러 군데 지원을 받아

천장형 냉난방기를 설치하는데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등은 뒤로 미루고 3학년 교실부터 먼저 넣어 주었다.

특별예산 지원을 받아

강당을 설치하여 학생들의 전체모임을 운동장에서 하지않고 실내에서 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역에서 학교를 도와준 것이 무엇이냐?

평소에 학교에 관심이라도 있는 것이냐?

우리 지역에는 초등학교와 다른 중학교없이 우리학교만 있어서

지역민들이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비교해서 중학생들의 행동이 불량하다고 이야기들을 하는데

아니다.

한창 성장하는 중학교 학생들과 같이 비교해 봐라

시내 중학교는 하루가 멀다하고 유리창이 깨여지는데

우리학교는 일년에 몇장 정도이다.

이것 하나만 봐도 우리 학생들의 생활정도를 알 수 있다.

학생들의 행동이 나쁘다고 욕하기 전에 지역의 어른으로서 나쁜 행동을 하는 학생들을  나무라 본적이 있느냐?

학교에서 두발지도를 하고 있다.

머리가 많이 긴 학생에게

"너희 집에는 부모님들이 이렇게 머리를 길게해도 아무 말씀않느냐?"학고 물었더니

그 학생의 답변이

"너희 학교에서 머리가 길어도 아무말 않하느냐?"라고 부모님이 말씀하시더랍니다.

학생의 모든것을 학교에 맡겨두고는 나 몰라라 하는 지역이면서 중학교 탓을 한다면 뭔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 못 되었다.

중학교를 살려서 오히려 초등학생들이 시내에서 거꾸로 들어오게 할 생각을 해야하지 않겠느냐.

학교가 살지 못하면 결코 지역이 번성할 수 없다.

 

처음에는 조용 조용 따지듯 이야기하다가

몇가지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웅변하듯 이야기가 전개되니 참석했던 사람들이 모두 쥐죽은 듯이 조용해 졌습니다.

마지막엔 떠들게 되어서 유감이라고 하고 끝을 맺었습니다.

오후엔 허탈감이 밀려 들어와 아예 손을 놓고 있었지요.

 

퇴근 후 같이 근무하던 교감선생님이 시내 다른학교로 전근이 되어 송별회를 갖게 되었고

그 자리에서 선생님들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떠나가게 되는 교감 선생님이 "그래도 우리학교가 낫습니다. 시내학교는 정말 교감, 교장이 제 역할을 하기가 힘듭니다."라고 위안을 하고 갑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교감선생님의 그 말이 맞는것 같습니다.

시내 큰 학교에서는 사사건건 교감, 교장의 발언에 제동을 걸고 나오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학교 안에서 스트레스지요.

우리 학교는 학부형, 지역민들의 무관심이 문제지 학교안에서야 아무 문제 없지요.

열심히 해 주시는 우리 학교 선생님들을 보며 위안을 삼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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