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1일자로 현 학교 부임하면서 아는 분들에게 보낸 글 입니다.
초임교사에게 드리는 글에서와 같이 저의 교직관을 담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제 자신도 자주 다시 꺼내어 읽어보고는 합니다.
새로 부임한 학교에서
학교로 출근해야 하는 길이 시내를 관통하는 밀리는 찻길을 이용해야 하는 덕분에 아침 출근 시간을 앞당겨 보았습니다.
십 여분의 차이로 한결 시원스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뿐더러 일찍 출근하므로 아침시간의 여유가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고 물걸레를 짜서 책상과 명패를 닦습니다.
명패에 새겨져 있는 ‘교장 김창욱’
오늘도 이 명패에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스스로 한번 다시 다짐을 해 봅니다.
세면대에 걸레를 짜면서 마음의 템포를 한 박자 늦춰 봅니다.
교장실 청소를 학생들에게 맡기지 않고 교장이 스스로 자청하고 나서니 행정실 직원들과 선생님들이 의아하게 생각하는 표정을 보입디다마는 걸레를 짜면서 한 박자 늦춰보는 마음의 여유가 제겐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어제는 학부모연수회의 강사로 경주대학교 교수님 한분을 모셨습니다.
알고 보니 전임학교에서 같이 근무하던 여선생님의 부군이었습니다.
준비해 두었던 찻잔에 손수 커피를 타서 드렸습니다.
행정실 직원이 가져다주는 커피보다 한결 좋으시다면서 맛있게 드셨습니다.
전기주전자와 여러 종류의 차를 준비해 두고 손님 원하시는 대로 차를 대접할 수 있게 되어 저로서도 한결 마음이 편합니다.
교장의 위치가 대접을 받고 권위를 내세우는 직위가 아님을 깊게 인식하고 이렇게 바꾸어 본 것입니다.
복도로 지나가던 학생들이 교장이 물걸레 들고 책상을 닦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지나갑니다.
이상한 교장도 다 있다 하는 생각을 가질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책상을 자기가 닦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교육적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향해 웃음을 지어 봅니다.
혹여
다른 학교의 점잖으신 교장선생님께 폐를 끼치게 되지나 않을까 송구스러운 생각도 듭니다마는 젊은 교장의 색다른 생각이라고 넓게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 부임을 축하해 주신 {{1}}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성원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생활 하겠습니다.
영천 임고에서 2년간의 생활을 접고 새 보금자리에 안착했습니다.
오랫동안 몸담고 살아왔었던 고장이나, 근무지로는 한참동안이나 떠나있어서 조금은 어색한 듯한 문화를 접하는 느낌입니다.
새 학교에서 빨리 적응하도록 여러 가지로 격려해 주신 {{1}}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가을햇빛으로 마지막 여물기를 해야 할 곡식들에게는 이렇게 내리는 비는 좋지 않을 것 같은데 종일 추적거리며 비가 내립니다.
논 한가운데 덩그렇게 서 있는 학교이어서
바람소리가 제법 세차게 들립니다.
개교한지 10년째인 8학급 학교에 6대 교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10㎞, 소요시간은 30분 정도 입니다.
오늘은 1학년 학생 야영과, 2,3학년 학생들의 가을체험학습을 떠나보내고
조용한 학교에서 축하해 주신 분들의 정을 음미하고 있습니다.
사실 며칠동안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새로운 학교 현황파악, 선생님들과 얼굴 익히기, 주위 기관단체들과의 인사만 해도 어려운데
개인적으로는 집수리까지 벌려두어 주야로 정신없이 바쁜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열심히 생활하겠습니다.
혹 지나시는 걸음이 있으시면
영일만 온천에서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토종닭 백숙으로 영양보충 하실 수 있도록 모시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
그대로 성취하시기 바랍니다.
2006년 9월
김창욱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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