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갑자기 부자가 되었습니다.

회형 2007. 12. 21. 20:24
 

갑자기 부자가 되었습니다.

새로운 통장이 만들어져서 거금이 입금되었네요.

요사이 삼성 특검법이 발효되어 비자금 차명통장을 찾아낸다고들 하던데,

그런게 저에게 까지 관련이 될 줄 몰랐네요.

깜짝 놀라셨다고요?

삼성 비자금이 아니라, 저희 집 이웃에 홀로 사시는 부자 할머니가 계시는데,

어느 날 제 명의를 좀 빌려 달래요.

사정을 들어본 즉

내년부터 80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노령연금을 한 달에 8만원씩 정부에서 지급해 주는데

자기는 통장에 돈이 많이 입금되어 있어서 그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없대요.

그래서 고민하다가 제게 부탁한다는 것인데

참 거절할 수도 없었고, 당시에 생각에는 이 할머니가 지금은 이렇게 부탁해도 막상 돈을 통장에 옮길 때는 마음이 달라져 실지로 부탁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어제 저녁에 찾아와서는 다시 부탁하네요.

아들, 딸들에게 부탁했다가는 하루아침에 털리게 되니, 막둥이 아버지가 수고 좀 해 주시라하네요.

일부러 조금 일찍 퇴근해서 그 할머니와 같이 은행에 가서 통장을 만들고, 도장과 통장을 할머니께 드리고 들어왔습니다.

은행 담당직원도 그 내용을 대충은 알겠지만 저축 유치라는 면에서 별다른 말이 없었고,

아마 법적으로도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하지요.

허지만

돌아서 오는 마음속에 뭔가 모를 찌꺼기가 가라앉는 기분이네요.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생활하시는 외양을 봐도 부티가 쫙 나시는 혼자 사시는 분이 무엇이 그렇게 아쉬울까?

정부에서 주는 8만원이라는 그 돈도 놓치기 아까워 이렇게 편법을 써 가면서 살아야하고, 그 장단에 나도 같이 덩달아 춤 춰야 하는가?

여유 있는 생활을 덜 가진 사람하고 좀 나눌 수는 없을까?

그 할머니 눈에는 내가 아주 ‘믿을 표’ 였던 모양이지.

아니면 영 바보 같은 멍충이 였던가.

갑자기 부자가 되었어도

요사이 선전하는 말로 ‘영 룰루가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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