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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여름여행

회형 2011. 8. 12. 13:45

 

막둥이의 성화로 이틀간의 연가를 내고, 일요일 포함해서 2박3일의 가족여행을 떠났다.

지난여름 여수 돌섬의 향일암까지 다녀왔으니 이번에는 그 다음으로 계속 나가면서, 고택 방문을 중심 테마로 잡았다.

조선시대 호남 지역 노론의 세력에 밀린 영남 지역의 남인들에게 고택이 더 많이 남아있지만 가까운 곳은 당일로 다녀올 수 있으니 지리산과 호남 지역의 고택을 대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다니다 보니 ‘이왕 이곳까지 왔으니’ 하는 마음으로 이곳저곳 기웃거리게 되고 중심 테마와는 거리가 먼 여정이 되고 말았다.

「조용헌」의 『오백년 명문가』를 참고하기 위해 두 권의 책을 준비했지만 별로 활용하지 못했다.


새벽미사에 참례한 후 서둘러 준비해서 집을 나서다.

크기가 큰 아이스박스와 작은 것을 따로 준비하고 과일, 간식거리 등을 가득 채웠다. 여행 중에는 항상 든든하게 뱃속을 채워두어야 피로를 덜 느끼게 될 터이니.

포항에서 고속도로로 대구를 지나 고속도로답지 않은 88고속도로로 접어들면서 고령까지 극심한 정체를 겪었다.

명절 때마다 이 길을 이용하여 상습 정체구역이라는 것은 알지만 이런 날에도 이렇게 밀릴 줄은 몰랐었다.

고령, 합천을 지나면서 장어와 인삼을 넣어 고은 장삼탕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국물이 뻑뻑할 정도로 잘 고와진 탕이다.

산청의 목화 첫재배지를 둘러본다.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가지고 온 목화씨를 이곳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곳이다.

    

 

이젠 아버지보다 키가 더 커졌으니 자기가 아버지 어깨에 손을 올려야 한다면서 막둥이가 폼을 잡는다.

부근에 성철스님이 입적하신 후 스님을 기리는 절이 있다 길래 잠시 둘러보았다.

아내는 이곳은 땅이 좋아 고구마가 잘 되는 곳이라며 고구마를 한 상자 산다. 사흘간의 여정이 있는데, 고구마를 계속 싣고 다녀야 하나.

 

청학동으로 들어가 본다.

TV에서 보던 예스런 고풍은 사라져버리고 장사치들만 버글버글하는 것 같다.

올 겨울에 학교 간부학생들 수련회를 이곳에서 할까하고 살펴보려했지만 아무래도 무리일 것 같다.

 

도인들이 모여 사는 삼성궁.

 처음에는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입장료가 비싸다는 불평을 하고 들어갔는데 그 추구하는 교리는 뒷전으로 두고, 조성되어 있는 여러 시설들이 특이하고 볼만했었다.

 

 

 

청학동을 벗어난 시간이 제법 늦어졌다.

지난겨울 새로 구입한 겔럭시탭으로 부근에 있는 숙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면서 호텔을 찾아 나섰다. 문명의 이기를 참 이렇게도 활용하는구나, 예전 같으면 꿈도 못 꿀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에는 분명 지리산조선호텔이 나와 있으나 현장은 어떤 콘도의 리모델링 공사 현장이었다. 아마도 콘도가 그렇게 넘어가서 단장 공사를 새로 하는 모양이었다.

맑은 입맛을 주는 재첩국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연결된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을 찾아 지리산을 남쪽방향으로 돌아 거의 반대편 쪽 편 화엄사 부근 까지 갔다.

네비게이션을 잘못 지정하여 운조루를 중간 경유지로 입력하는 바람에 약간 혼동이 있었지만 다행스럽게 호텔과 운조루가 가까이 위치해 있어서 큰 낭패는 면하게 되었다.

이 네비게이션을 구입한지 이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사용이 능숙치 못하다.

심한 천둥소리에 내일 여정을 걱정하면서 잠자리에 든다.

 

TV뉴스엔 지리산 부근에 호우경보가 있어 조심해야 한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맑아지는 아침하늘을 보면서 가까이 있는 화엄사를 찾아간다.

마침 단체로 온 팀에 문화해설사가 동반해서 해설을 하고 있어 같이 들어가면서 절을 살펴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나지만 해설사의 해설이 그렇게 안목을 높여줄 만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내용인 것 같아 중간에 이탈하여 코스를 단축시킨다.

 

 

 

 

이조 양반가옥의 전형을 보여준다는 운조루를 찾았다.

어제 저녁 네비게이션 잘못 입력으로 잠시 들렀다 간 곳이다.

조선 영조 때 삼수부사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저택으로 당시에는 아흔 아홉칸이었다고 한다.

동학란, 6.25동란을 거치면서도 이 저택이 남아있게 된 것은 ‘타인능해(他人能解)’라는 쌀뒤주 덕분이란다. 경주의 최부자집을 생각나게 하는 우리나라의 노블레스 오브리제 이다.

 

 


운조루의 누마루에 올라앉아본다.

더위도 가시는 기분이다.

옛 우리 선조들의 토목건축기술을 미루어 느껴볼 수 있다.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상의 명당이라는 지형에 위풍당당한 고택이 타인능해와 같은 높은 격(格)도 갖추었으니 이런 정신을 보여주기 위해 나선 여행길임을 우리 막둥이가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부근에 또 다른 고택이 있다하여 찾아간 곳이 곡전재였으나, 지어진 연대가 일제시대인 것 같아 별 흥미를 가지지 못하고 대충 둘러보고 나오고 말았다.

 

섬진강변에 위치한 식당에서 맛있는 점심식사를 기대하고 참게탕을 주문하였으나 제철이 아닌 탓에 얼려져있던 참게라 제 맛을 보질 못했다.

섬진강 전망 좋은 곳에 올라 멋진 풍광도 구경하고

 

 

섬진강으로 쳐 들어온 왜구를 물리친 칠의사묘에 묵념으로 경배하며 나라를 지켜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도 가진다.

 

 

순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순천에서 인물자랑, 여수에서 돈 자랑, 벌교에서 주먹자랑 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지역특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 본다.

순천에 인물 좋은 사람들이 많았던 모양이다.

막둥이의 청바지가 너무 불편하다하여 순천 시가지를 지나면서 반바지를 하나 사주려했지만 마땅한 가게를 찾지 못하고 그냥 지나오면서 내 검은 바지를 대신 입혔다.

허리가 커서 옷핀으로 주름을 잡아준다.

키는 훌쩍 커졌으나 나이가 옷을 입는다는 말이 적합하다는 것일까.

 

보성차밭은 몇 차례 구경한 곳이지만 가족들이 아직 구경하지 못한 곳이라 하여 보성차밭으로 발길을 잡았다.

지리산 쪽 호우주의보 덕분인지 차밭 주차장이 만원이라 주차장에 차를 대지 못하고 큰길 건너편 한적한 곳에 주차하고 한참을 걸어간다.

자기 선생님께 드리겠다고 녹차 쵸코렛을 사는 막둥이의 마음을 칭찬해 준다.

 

다산초당을 가는 길에 백련사를 찾아들었다.

일주문, 탑, 그리고 뭔가 하나 이렇게 세 가지가 없는 절이라고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었건만 돌아와서는 그만 기억이 가물거리네.

백련사에서 내려다보이는 남해바다가 비경이다.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아 서둘러 다산초당으로 향한다.

울창한 숲속이라 완전히 어둠에 싸인다.

 

 

 

초당은 간데없고, 와당만 초당간판을 붙여가지고 있다.

아마 복원하는 사람이 더 잘하겠다고 한 짓이겠지만 어이가 없는 일이다.


이렇게 여행을 나서면 차분히 주위를 둘러보아야겠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이렇듯 쫓기듯이 주마간산격으로 둘러보고 나오게 되는 게 아쉽기만 하다. 욕심이 앞서는 탓이겠지.

완전히 해가 진 것으로 생각하고 초당을 벗어나 나오니 아직도 날을 밝아있다.

녹우당으로 가보자.

 

 

시간이 늦어 입장권은 사지 못하고 주위만 둘러보고 나온다.

아쉽다. 사실 여행의 중심테마는 이곳이라 할 수 있었는데,

더군다나 디지털카메라와 겔럭시 탭의 카메라까지 모두 작동 불능의 상태로 되어버렸다.

오늘 일정은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예약해 둔 월출산관광호텔로 들어간다.

저녁식사를 해결하지 못해서 부근의 한우집을 소개받아 간다. 길이 어두워 걸어가진 못하고 차를 가져간 덕분에 소주 한잔도 곁들이지 못하고 고기만 굽는다.

 

호텔에서 내어 준 온천티켓이 마침 두 장 뿐이라 운전하는 사람은 잠을 푹 자두어야한다는 핑계로 아내와 막둥이만 온천하러 보내고 그 사이 늦잠을 좀더 청해본다.

호텔식당에서 북어국, 미역국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이까지 온 김에 월출산을 구경하자는 의견에 도갑사를 찾아간다.

 

 

 

비 그친 뒤의 뙤약볕이 너무 뜨겁다.

절 중건작업장에 쓰다 남은 소나무 목재 하나를 얻어온다.

우리 집에 가면 제법 쓰임새가 있을 것 같다.

영랑생가를 가는 길에 백제문화를 일본에 전해 주었다는 왕인박사 유적지를 들어가 본다.

 

날씨 탓에 박물관만 들어다보고 야외 전시물이랑, 햇볕을 가로질러 더 들어가야 하는 곳은 생략하기로 한다.

영랑생가.

대표작이 무엇이지?

‘모란이…’의 내용이 뭣이지?

잘 생각나지를 않는다.

적어도 이곳을 방문하려면 그 정도는 공부를 하고 왔어야 하는데.

 

 

생가 부근에 다산의 최초 유배지라는 사의재는 찾질 못했다.

강한 햇살을 받으며 된 오르막길을 올랐지만 사의재를 가르키는 화살표는 사람을 혼돈시키기 알맞았다.

어느 초등학교의 설립터였다는 금서당은 개인 소유의 땅인지 찻집이 들어서 있었다.

 

교장연수동기생인 목포의 김** 교장선생님께 전화를 드린다.

예까지 와서 연락도 없이 가기에는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기도 하고, 좋은 식당과, 또 구경할 만한 곳을 추천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이 부근에서 근무하셨던 지라 이 지역을 아주 자세히 알고 계신다.

추천해준 이슬식당을 찾아가 생선구이를 주문한다.

김** 교장선생님과 통화한 주인아주머니가 특별 서비스를 하신단다.

이래서 아는 사람이 좋다는 것이지.

도미, 도미 비슷한 놈, 조기, 꽁치, 고등어구이가 제법 입맛을 돋군다. 맛있게 잘 먹는다.

음식 맛은 아무래도 이곳 호남지역이 영남보다는 앞서는 게 맞다.

자연산민물장어도 구경하고  장흥의 편백나무휴양림 우드피아를 찾았다.

입구부터 차들로 만원을 이루는 것을 보니 좋은 곳인가 보다 느낌이 온다.

입장료도 없고, 편백나무 숲 사이로 사람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편안히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리도 좋은 자리하나 잡아 멋진 바람 한번 쇠어보자.

 

 

김** 교장선생님이 멀리서 찾아오셨다.

정남진 물 축제장도 구경시켜주시고, 밥그릇 세트 선물과 동현이 용돈까지 넣어주셨네.

 

 

이렇게 2박3일의 여행을 끝내고 오후 5시 정남진을 출발하여 광양까지, 광양에서 고속도로로 올려 진주까지,

진주에서 고령까지는 새로 난 4차선 국도를 이용하고 고령 쌍림에서 맛있는 추어탕으로 늦은 저녁식사 해결.

고령에서 다시 고속도로를 이용하여 집에 돌아오니 밤 10시 30분이나 되었다.

창문을 닫아두고 가서인지 집안이 퀴퀴한 곰팡이 냄새를 풍기고 있지만, 그래도 집에 오니 좋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