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는 매년 개교기념일(4월21일)을 전후해서 가까이 있는 운제산 등반대회를 개최한다.
금년은 마침 개교기념일이 화요일이어서 바로 전날인 월요일에 등반대회를 예정하였다.
그런데 하필 이날이 곡우(穀雨)이네.
비가 내려 온갖 곡식이 윤택해지는 날이라는데 그동안의 가뭄을 생각하면 고맙기 그지없는 비다. 많이 주룩주룩 좀 내려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우리 행사를 끝내고 왔으면 얼마나 좋으랴.
학교에서 학생들의 행사에는 여러 가지 제약요건들이 있다.
지난 토요일에 오늘의 날씨를 예상하여 조리실에 식품재료를 납품하는 업체에 연락하여 주어야했다. 매일 아침 싱싱한 재료를 납품하려면 사전에 학교급식을 할지말지를 결정해서 통고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기상대 동네기상예보를 통해서 알아보니 오후 무렵 강우확률 30%라 하니 실시하기로 결정을 했었다.
등산하기에는 날씨가 쨍쨍한 날 보다는 이렇게 흐린 날씨가 더 좋은 면도 있다.
일요일인 어제 저녁에 교감선생님과 학생부장 선생님으로부터 걱정스럽다는 전화가 왔었지만 결정한 것을 번복할 수 없는 처지여서 비가 온다면 교실에서라도 시간을 보내야 하는 형편이라 강행을 알려드렸다.
행사 당일인 오늘아침에 연결된 기상예보로는 12시경 강우확률 80%다.
산속에 들어가서 비를 만나면 피할 곳도 없다.
급히 코스를 바꾸었다.
학교 부근 향교와 등산로를 따라 2시간 정도의 산행을 하기로 했다.
학생들에게도 실정을 이해시킨다. 학교 사정을 이해하고, 동참하는 행사여야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는다.
학생들을 출발시키고 나니 급속히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도 거세진다.
급기야는 비도 내리기 시작한다.
교감선생님 이하 모든 선생님이 동참했으니 경우에 따라 코스를 조정하겠지 라며 믿고 기다렸다.
거의 두 시간을 채우고 제법 비에 젖은 몸으로 돌아온다.
그래도 마냥 즐거운 아이들이다. 서둘러 점심 먹도록 하고는 귀가시킨다.
일상적인 생활에서는 하던 대로 움직이면 되지만, 이렇게 행사를 진행시키다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하는 시기가 온다.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에게서는 이러한 결정의 시기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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