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온 지가 벌써 19년이나 되었다.
참 빨리도 흐른 세월이었다.
당시 30평형 아파트 3채를 사고도 남을 거액의 돈으로 구입한 집이었지만 현재는 그 아파트 한 채 값과 비슷할 정도가 되어버린 고색창연(?)한 단독주택이다.
원래 이재(理財)와는 거리가 먼 팔자여서 아파트가격이 폭등하고, 상대적으로 단독주택은 가격이 하락하게 된 것으로 마음 상해 보지는 않았다. 그 동안 이 집에서 식구들 평안하게 살아온 것과 이 집에서 막둥이를 가지게 된 것에 감사드리며 살아왔다.
그 당시 풍습으로는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동료선생님들이 동원되어 이삿짐을 옮겨주고, 도와준 후 집들이 파티를 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손님들은 성냥, 비누, 화장지 등을 사가지고 방문하는 것이 보통의 풍습이었다.
성냥은 불꽃처럼, 비누는 거품처럼, 화장지는 그 부피처럼 살림이 늘어나기를 바란다는 그런 뜻이 담겨있었다.
얼마 전 그 집들이 선물이 창고 한 켠 에서 다시 빛을 보게 되었다.
당시 집들이 선물로 받은 가루비누가 너무 많아 일부를 고령 들꽃마을1)에 봉사활동 가면서 가지고 가기도 하였고, 몇 년간 풍족하게 잘 사용했으나 그 후로는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에 사용을 자제하면서 친환경성 세제로 바꾸고 그런 과정 속에서 아마도 창고 속에 쳐 박혀 빛을 보지 못했던 모양이다.
켜켜이 앉은 먼지를 닦아내고 보니 안에 든 내용물은 새 것이나 다름이 없다.
세탁기 사용 시 조금씩 넣어 사용하겠다면서 안으로 들여 두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잘 실감이 나시지 않을 것 같다.
우리 집은 이곳저곳 값도 없는 고물들이 쌓여있다.
막상 버리자면 아까운 그런 물건들이다.
이런 것 때문에라도 아파트로 이사 못가는 하나의 이유이다.
1) 장애자, 무연고자들을 가족 단위로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는 마을. 고령 낙동강 변에 위치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