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에서 얻어 왔어요.
낮잠의 계절
회형
2006. 6. 30. 09:36
옛날 희방사라는 작은 절에 노승 한분과 동자승이 살고 있었습니다.
요즈음처럼 더운날에도
점심때가 되면 공양미 올려놓고
불경을 외우고 있었답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예불에 노스님도
습관적으로 불경을 외고 있노라니
잠이 쏟아집니다.
그래서
불경을 외다말고
꾸벅 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이 장면을 본 동자승이
큰일 났다 싶어 급한김에
목탁 두드리는 방망이로
맨질맨질한 스님의 대가리를 두들기며
'스님 부처님 앞에서 왜 잡니까?'
깜짝 놀란 스님이 엉겹결에 하시는 말씀이
'야 이놈아 내가 잤는줄 아느냐?'
'에이-- 침을 질질 흘리며 자던데요'
'예끼 이놈아 내가 지금 부처님 앞에 갖다왔느니라'
변명을 하였습니다
노스님의 새빨간 거짓말에 동자승은 화가 났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잘못은 노스님이 했으면서 대갈통 때렸다고 야단치는 노스님이 미웠습니다
다음날 점심 예불에
동자승은 법당에서 노골적으로 뒤로 발랑 자빠져 잠을 자버렸습니다
한편 노스승은 쪼그만 아이한테 대갈통 맞은 것이 화가 나 있던터라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아예 목탁으로 대갈통을 내리쳤습니다.
'야 이놈 여기가 어딘줄 알고 함부로 자빠져 자느냐' 소리지르니
동자승 하는말
'스님 저도 부처님 앞에 갔다왔어요'
'그래? 부처님이 뭐라고 하더냐'
'제가 먼저 물어 봤습니다.'
'뭐라고 물었느냐'
'어제 우리스님 왔다 갔습니까 하고 물으니
안 왔었다고 하던데요'
노스님은 어린 동자승에게 잘못을 빌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