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 19일 오전 10:59
바람불고 날도 흐린데
오래 동안 묵혀 둔 낚시도구 꺼내놓고 정리하다가
고기를 잡는 재미보다는 낚시도구 준비하는 재미가 더 있다는 말들을 생각해 본다.
낚시 바늘을 묶고
찌와 추의 부력을 맞추고
이럴 때는 온 못 안의 고기가 모두 내 손 안에 들어올 것 같지.
막상 물가에 자리 잡고 앉아 있으면 물 속의 고기가 ' 나 잡아봐라!' 하는 듯하고
그렇게 김 빠져 돌아오는 게 내 낚시의 일상이었으니.
낚시를 같이 좋아하는 아내의 부추김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일어나 뒷밭에서 지렁이 잡아 통에 채우고
한 대씩의 꼭 필요한 낚싯대만 챙겨 나선다.
기계 화봉지
낚시 잘 된다는 소문에 자리 잡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다.
내가 그동안 낚시를 가까이 하지 못한 까닭에 다른 사람들도 별로 낚시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스쳐지나가는 생각들이 엎어지는 순간이다.
수심이 얕은 상류 쪽에 가까스fp 자리를 잡고 앉았다.
대구에서 왔다는 부부가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앉아 밤낚시를 준비하고 있다.
채비가 대단하다.
낚싯대가 10 대다.
한대씩만 놓고 앉아있는 우리는 완전한 초짜표다.
그래도 붕어라고 생긴 놈 2 마리와 메기와 비슷한데 '낄낄' 소리를 내는 이상한 침이 있는 놈 한 마리를 잡아 어둡기 전에 돌아온다.
주일아침
교중미사 참석하고 이른 점심을 챙겨먹고는 다시 한번 더 하면서 나선다.
어라. 이젠 블루길 천지다.
넣기 바쁘다.
다른 꾼들은 잡지도 않을 것을 그래도 바쁘게 잡아 올린다.
매운탕 좋아하는 막둥이 입맛에 맞으려는가?
저녁 학생미사 시간에 맞추려고 서둘러 준비한다.
깨끗하게 다듬은 것으로는 매운탕을,
떼어낸 머리 등 으로는 개밥을
내장, 비늘 등은 뒷밭의 거름으로
하나도 버릴게 없네.
얼큰하고 단맛도 나는 게 맛이 있다.
오래간만에 낚시도 해 봤고 매운탕 맛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