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늙은 부부 이야기

회형 2010. 5. 17. 10:13

지난 주말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 있었던 ‘늙은 부부 이야기’연극을 관람했다.

로얄석 두 자리를 문화회원이라는 이름으로 할인혜택을 받고 예약을 해 두었었다.

아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뜨인다.

먼 자리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기도 하고, 바로 옆 통로로 지나가면서 우리를 보고 놀라 인사하기도 한다.

 

 

자칭 동두천 신사라는 박동만(정종준 분)이 늦은 봄날 이점순(사미자 분)의 집으로 찾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들 둘이 있지만, 상처(喪妻)하고, 나이든 아버지에게는 무관심한 것에 서운해 하며 독립하기 위해 방을 구하던 중, 국밥집에서 안면을 가졌던 이점순의 집을 물어 찾아왔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20만원으로 내어놓았던 방을, 1000만원 50만원까지 올라가는 일방적인 제시에도 불구하고 박동만은 자신 있게 계약하고 들어간다.

혼자 된 여자로 주위의 업신여김을 극복하기 위해 욕쟁이가 되었던 이점순은 박동만과의 티격태격하며 한 집에서 살아가는 중에 박동만과 정이 싹트게 되고, 부부가 된다.

봄에 시작된 생활이 여름을 지나 가을에 들어서면서 불치의 병을 갖게 된 것을 알게 된 이점순의 연기가 옆에 앉았던 아내의 눈물을 훔치게 만든다.

나도 콧등이 시큰해진다.

나이 들면 눈물이 헤퍼진다는 말이 사실인 모양이다.

겨울이 되어 다시 혼자가 된 박동만이 이점순의 사진을 앞에 두고, 이점순이 짜던 쉐타를 이점순의 막내딸이 완성해서 택배로 보내준 것을 입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막이 내린다.

출연 배우는 이렇게 딱 둘 뿐이고, 배경도 마루를 안쪽에서 바깥으로 바라보는 하나 뿐으로 단촐한 규모이지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는 줄거리였다.

 

 

옆의 사진은 박동만이 준비한 반지를 끼고 두 사람이 결혼 선서를 하는 장면이다.

“나 동두천 신사 박동만은 하얀 머리가 검정머리가 될 때 까지 평생을 업어주고 안아주고 아껴줄 것을 선서합니다.”라는  말에 한참이나 뜸을 들이던 이점순은 “이하동문”으로 간단히 끝내버린다.


인터넷으로 이 연극을 검색해 보니 그전부터 많이 공연되었고, 출연배우들도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만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연극이었다.


오늘 아침 출근 때는 라디오에서 어질 인(仁)자는 사람 (人)이 둘 (二)인 것을 나타내는 글자라고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람은 혼자 있어서는 외로워 안 된다는 이야기다.

내 주위에 나와 관계를 엮어가고 있는 사람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제일 중요한 것을 사람이라던 어느 퇴역 장군의 강연 이야기가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