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잊고 사는 하루

회형 2010. 1. 18. 13:16

지난 해 12월.

파워포인트에 대한 연수를 일주일가량 받았었다.

평소 이 부분에 좀 약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기회가 있어 신청을 했었는데,

보통 나이든 교장들이 잘 신청하지 않는 분야여서인지 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모르는 분야를 알아나가는 게 재미도 있는 일이지만, 그 전에 진작 이런 내용을 알았더라면 몇 차례 내게 맡겨진 강의 준비 때 고생을 덜 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강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젊은 여자강사가 나이에 걸맞지 않게 노련한 강의로 이끌어주어 쉽게 여러 기능을 익힐 수 있었다.

파워포인트는 참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었다.

대칭 그림그리기를 이용해서 도깨비 얼굴도 쉽게 그려보고

학교 소개를 할 수 있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도 제작해 봤다.

하지만 이제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여서인지 강의 내용을 잘 정리해 두지 않으면 학교에 돌아가서 배운 것을 되새겨 내기 어려울 것 같아 강의 틈틈이 필요한 부분과 내용을 메모하고 정리했었다.

학교에 돌아와서는 자주 복습을 해야겠다고 강의 때 배운 교재를 책장에 꽂지 않고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어제 책상 위를 정리하다가 다른 유인물과 책들 아래에 방치되어 있는 파워포인트 교재를 보고서는 그 동안 뭐가 그리 바빠 연수내용을 다시 복습할 기회도 없었던 가 반성해 보았다.

이것뿐만 아니다.

시간 여유가 생기면 다시 읽어보려 했던 책들.

정리해 두지 못한 메모철.

읽어보고 연락해 달라고 부탁받았던 것들.

책상위에 놓여져 매일 건드리면서도 그 위에 놓여져 있었던 다른 것들로 인해 눈에 뜨이지 않았다고 간과하고 넘어간 여러 가지 것들.

내 하루하루가 이렇게 잊혀지면서 흘러갔구나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