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춘하추동 4계절 중에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고르라면 아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을을 꼽지 않겠나 생각한다.
나 마찬가지로 수확의 계절인 가을이 좋다.
가을은 조용한 계절이다.
한 여름동안 들떠 있었던 사람의 마음을 가라앉게 만든다.
한번쯤은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 보기도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불어오는 바람 자체가 다르다.
습해서 끈적거리던 여름의 무더운 바람과는 완연히 다르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을 만드는 바람이다.
떠나갔던 사람들을 생각나게 하는 그런 바람이다.
약간의 마음의 병을 앓게 만드는 바람이다.
마음의 병이 기어코 몸의 병도 만들어낸다.
그래서 가을은 괴로운 계절이다.
환절기라고들 말하지만, 여름으로 건너가는 봄에는 나타나지 않는 그런 현상들이다.
이번 가을에는 감기를 꼭 이겨보겠노라고 소금물로 코청소를 시작해서 좋은 효과를 보았다.
감기체질을 물려받은 우리집 막둥이도 효과가 좋다면서 저녁마다 소금물 코청소를 하고 있다.
그런데, 감기를 예방하여 건강을 유지하겠다는 내 생각은 말 그대로 생각에 지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 이상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목이 졸리는 느낌.
혈압 때문인가 하여 커피도 끊고, 식사량도 줄여 또 다시 체중을 2-3Kg을 감량하여 혈압을 떨구었지만 별무 효과다.
별 무리하지도 않았던 추석 전날 집안 청소로 인하여 허리의 통증이 재발되고 있다.
어디론가 흘러나가야 할 병소(病巢)들을 내 보내지 않았다는 기분이 든다.
이래저래 괴로운 가을이다.
좋은 계절이지만 좋아하는 만큼 괴로움이 따라야 하는 게 자연의 이치인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