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우리말의 어려움

회형 2009. 8. 31. 11:48

며칠 전 퇴근해서 집 앞에 주차하고 차에서 막 내리는데, 옆집에 사시는 분께서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 다가온다.

마당에 있는 나무에 약을 뿌려야겠다는 이야기 등 평소와 다름없는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쑥스러운 듯이 뭔가를 물어보겠단다.

얼마 전 친구들과 넓은 식당안방에서 모임을 갖다가 다툼이 있었는데 날 보고 판단을 해 달란다.

학교 교장까지 하고 있으니 그런 것쯤은 쉽게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듯이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이야기인 즉은, 친구 중에 한 사람이 에어컨을 낮춰달라고 요구를 해 와서 희망온도를 올려주었더니 시원하게 해 달랬는데 엉뚱하게 거꾸로 온도를 올린다고 화를 내더라는 것이다.

자기가 생각할 때 에어컨을 낮춰달라는 것은 에어컨의 동작을 낮춰 온도를 높혀 달라고 알아들었고, 그렇게 요구를 한 사람은 날씨가 더우니 온도를 낮춰 달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래서 둘 사이에 옥신각신 말다툼이 일어났다며 그 판단을 요구해 온 것이다.


우리 집에서도 이런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아내의 말하는 버릇 중에 하나가 주어를 생략하는 것이다.

결혼한 지 30년이 넘게 살아 이젠 웬만큼 주어를 생략해도 감으로 알아듣는데 그래도 간혹 엉뚱한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있다.

막둥이는 제 엄마의 이야기를 전혀 엉뚱한 것으로 알아듣고 서로간의 난장판 대화를 만들 때가 자주 있다.

영남지역의 특성인가? 아님 우리말의 어려움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