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聖水)
가까이 알고 지내는 어떤 분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부탁이 있다는 것이다.
근래 몇 년간 지병으로 고생을 계속 하고 있고, 몇 차례의 수술도 서울 유명한 병원에서 받고 온 후였다.
퇴원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출근해서 조심스레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덧붙여 성당에서 사용하는 축성된 성수를 좀 구해달라는 것이다.
가톨릭 신자도 아닌 사람이 무슨 연유로 성수를 필요로 하는 것일까?
용도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축성된 성수를 함부로 나누어 드릴 수는 없는 일이다.
연유인 즉은
수술 받고 돌아오는 길에 왠 귀신이 붙어왔다는 것이다.
그 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었는데, 그 때에도 십자가와 주의 기도문을 외우면서 성수를 뿌려 귀신을 쫒아낸 적이 있다는 것이었다.
같이 근무했던 후배 중에 가톨릭 신자가 있어서 모두 구해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십자가와 주의 기도문이 적힌 책은 찾아낼 수 있었지만, 성수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가톨릭 교리 상 축성된 물건들은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이 사람에게는 이것이 간절히 필요한 상태이고, 그 효능(?)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귀신이 붙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귀신이 붙을 수 는 있는 것인가? 영화나 소설이 아니라 이 현실 속에서.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이 없이 본인 스스로 자기에게 붙은 귀신을 쫓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
이 사람의 평소 생활을 보면 말을 함부로 헛되이 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진정성은 알 수 있으나 워낙 꿈같은 이야기여서 반신반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수가 무슨 값비싼 음료수 취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허허참
어떻게 해야 하나?
아마 하느님께서도 이해해 주시리라 생각해본다.
또 저 사람을 하느님에게로 불러 드리시는 신호라고 해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