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산들바람
회형
2008. 9. 12. 15:46
‘산들바람이 산들 부운다’
중학교 어느 여름방학이었던 시기로 기억된다.
시골에 있는 외갓집에 들러 며칠을 보내는 중에 오후 강둑길을 산책하는 중이었다.
강 너머 과수원이 조성되어 사과나무가 빽빽이 들어선 어느 집.
지붕과 약간의 처마만 강둑에서 볼 수 있는 집에서 천사의 목소리와 같은 아름다운 노래가 들려왔다.
당시의 나보다는 나이가 더 많으리라는 예상의 여자 목소리였다.
아마 그 때 나는 그 목소리가 고등학교 2, 3학년 정도의 누나뻘 되는 사람이라고 짐작했었다.
노래에 어울리는 목소리.
사람이라고는 눈에 띄지 않는 강둑길이어서 한참이나 그 자리에 서서 노래를 감상했었다.
지금도 밤중에 북부해수욕장 방파제를 산책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 곡조가 입에서 흥얼거리며 나온다.
어떤 땐 나즈막히 소리를 내어 불러본다.
‘달 밝은 가을밤에 달 밝은 가을밤에
산들바람 부운다.
아-아-
너도 가면 이 맘을 어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