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해 주고 싶은 아이
금년에 입학한 신입생중에 참 예쁜 아이가 있어 자랑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사정이어서 이곳에 올려도 될까 여러 번 생각했지만, 자랑스러운 일이라 본인에게도 그렇게 누가 될 것 같지 않아 이곳에 올려 봅니다.
양쪽 부모님이 모두 정신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집의 자녀입니다.
부모님이 경제적 능력이 없는 관계로 할머니의 수입에 의존하여 생활하고 있는데,
입학 전에 치뤘던 반 배치고사에서 수석을 차지했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이 시험에서 수석을 차지한 학생이 입학식 때 신입생을 대표하여 입학선서를 하게 되어 이 아이가 대표선서를 했었지요.
입학 후 곧 이어서 치른 전국연합고사에서 5개 과목 중 1 문제가 틀려 경북에서 1등급(5%)에 해당되는 성적을 받았지요.
어려운 집안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얻은 것만도 자랑스러운데
이 아이는 자기 부모님들의 장애를 전혀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일까?
아님 오히려 일부러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일까?
입학 후부터 찬찬히 지켜보아 왔지만 전혀 구김살 없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지난 3월에 포항에 많은 눈이 내렸을 때, 그 아이의 어머니가 자녀의 발이 모두 젖었으리라는 걱정에 마른 양말을 가지고 학교를 찾아왔습니다.
학교를 순시하던 중 그 어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듣고는 교실에서 학생을 불러내어 주었더니 어머니와 함께 화장실로 가서 양말을 갈아 신고 나오는 모습이 평소의 그 학생 모습이리라 믿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손을 꼭 쥐고 나와서, 계단에서 엄마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교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았지요.
선생님들께 항상 생글생글한 표정으로 인사하고, 친구들과 활기차게 지내는 모습 등
정말 자랑해 주고 싶은 아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