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양반의 고장 안동

회형 2008. 3. 28. 11:01

아렛께 안동 출장이 있었다.

시간적으로 여유도 있고, 그 길이 좋아 기회가 있으면 좋아라 가는 길이었기에

포항을 출발하여, 기계, 죽장, 청송 도평, 안덕을 거쳐 안동 길안으로 하여 안동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아침 시간이면 해를 등지고 가면서, 한적한 시골길을 바람쇠듯 지나간다.

이번엔 무거운 짐을 싣고가는 큰 트럭이 몇대씩 줄 지어 천천히 가는 바람에 약간씩 지체되는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시원스레 달리면서 주위경치 구경도 하고, (이 길에는 길 주위의 산들의 모습이 제각각 볼 만하다)

길안 초입의 길 옆 노거목에 눈길도 준다.

잎을 무성하게 달고 있을 때와 달리 잎을 떨구고 있는 모습은 나무 전체의 모습을 보기에는 더 낫다.

안동 시내에 접어들면서 시계를 보니

점심식사 하기에는 아직 이른시간이었지만, 아침을 간단히 해결한 덕분에 시장기를 느끼고 조용한 식당에 들어갔다.

안동간고등어 정식을 시킨다. 6,000원이다. 실비식당이라 다른 메뉴보다는 고급종목이다.

주문을 받으러 온 아주머니가, 내가 들고 들어간 비닐팩 약봉지를 보고는 "덥혀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밥주발 위에 올려 약간이나마 더워지만 먹으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덥혀주겠단다.

식사 시작 때는 넓은 식당내에서 혼자였지만

곧 시작된 점심시간으로 식당안이 제법 혼잡스럽다.

혼자서 긴 식탁을 차지하고 있는것이 약간 부담이 된다.

안동간고등어는 그 명성에 어울리게 맛이 배여있다. 등뼈를 중심으로 반마리인게 조금은 아쉽다.

복잡한 분위기여서 아무래도 식사속도가 빨라진다.

식사를 끝내고 빨리 자리를 비워주고 싶은데, 덥혀준다던 약이 나오질 않는다.

'이 아주머니가 너무 바빠서 잊어버린건가?'

'빨리 달라고 재촉을 해 볼까?' 하다가, 바쁜 사람 더 바쁘게 만들것 같아 느긋히 앉아 창 밖 경치와 오가는 차량 구경을 한다.

한참이나 시간이 지난 후

"식사하시고 약 바로 드실 수 없을것 같아서 조금 있다 가져왔습니다" 하면서 약사발에 담아 가져왔다.

받아든 약사발이 따뜻하다.

정성이 가득 담겨있는것 같다.

보통 복잡한 식당에 가서 약 덥혀달라는 부탁을 한다면 어떨까?

쉽게 승낙받기도 어렵겠지만, 이렇게 약사발에 담아 가져오기를 바란다는것은 아마도 기대하기가 힘 드리라.

계산대에 앉아있는 늙그수레한 주인남자를 보건데, 이 아주머니는 주인이 아니라 일 도와주는 직원이리라.

개인적인 소양이겠지만,

양반의 고장 안동이라는 생각이 앞선다.

역시 양반의 고장이 달라도 뭣인가가 다르다.

작은 몸집의 아주머니 얼굴이 왜 이리 이뻐보일까.

감사하다는 진정이 실린 말을 드리고 나와서는 그 집의 간판을 다시 올려다본다.

다음에 이 길을 지날 때 꼭 다시 들려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