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태우면서
고등학교때 배운 국어교과서에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글이 있었다. 요즘도 그 글이 교과서에 남아있는지는 모르겠다마는
어제 일요일 모처럼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휴일이라 집안 이곳 저곳 눈에 뜨이는 지저분한 곳을 정리하는 일을 했었다.
계절적으로 지금의 시간에 가장 어려운 것이 낙엽의 처리이다.
법적으로는 쓰레기 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옳은 것이리라.
허지만 쏟아져 내리는 낙엽을 모두 쓰레기 봉투에 담아 버리는것은 한계가 있다.
단감나무와 모과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만 해도 상당한 양이 된다.
생각같아서는 텃밭에 한 구덩이를 파고 낙엽을 묻었으면 했으나 그렇게 할 경우 낙엽에 여러가지 병해충의 잔재가 남아있어 내년도에 피해가 막심해 진다고 아내가 펄쩍 뛴다.
낙엽을 태워보기로 했다.
불쏘시개로 사용하는 종이가 불꽃을 피울 때는 연기가 별로 나지않으나 그 불이 꺼져버리면 연기가 너무 많이 쏟아올라 태우기가 쉽지않았다.
밑부분에서 충분히 열을 공급할 수 있어야 불꽃이 일고 연기가 많이 생기지 않는 것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바닥에 나무조각이나 고추나무 대궁이, 고추나무를 지지해 주던 조릿대 등을 꺾어 넣고 불을 피운 후 낙엽을 조금씩 올려주었다.
별로 연기를 내지 않고 잘 탓다.
불 옆에 앉아 이렇게 낙엽을 태우다 보니 옛날 군대생활이 생각나네.
최전방. 그 추운 북풍을 맞아가면서 경계근무를 서던 시절.
벌써 30년도 훌쩍 넘어버렸다.
통제호에는 불꽃좋은 참나무를 태웠다.
진액과 가스를 뿜으면 �� 소리를 내면서 약간은 푸르스럼한 불꽃을 내면서 탄다.
일반호에서 추워서 벌벌 떨며 근무하다가 통제호에 들어오면 따뜻한 불길에 삭신이 노골노골해 진다.
그러던 어느날 통제호를 홀라당 다 태워버리고 대대장으로 부터 호된 꾸중을 들었지.
지금쯤 그 때 그사람들은 잘 지내고 있는지?
이젠 길가다 만나도 잘 알아보기가 힘드리라.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온몸에서 불 냄새가 난다.
막내 통통이가 '아버지 몸에 햄 냄새가 난다'며 킁킁댄다.
옛날에는 아마도 내 몸에서 한겨울 내내 이 냄새가 났었으리라.
이제는 불 냄새가 낯설어진 냄새가 되었다.
그리운 냄새가 되었다.